[인터뷰] 쉼 없이 업어치고 메치고 구르고… 하지만  “한판승서 인생 배워요” 기사의 사진
연극 ‘유도소년’에서 주인공 박경찬 역으로 출연하는 세 배우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공연장에서 주먹을 불끈 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해수, 홍우진, 박훈. 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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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 이상하다. 러닝 타임이 흐를수록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게 된다. 중간 중간 벌떡 일어나 응원을 하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 졸릴 틈이 없고 좁은 대학로 소극장 의자가 주는 엉덩이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연극 ‘유도소년’ 얘기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공연장에서 유도소년의 주인공 박경찬 역을 맡은 세 배우, 홍우진(35) 박훈(34) 박해수(34)를 만났다. 무대 위 펼쳐진 매트 위에 앉아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운동선수 같기도, 배우 같기도, 이웃집 청년 같기도 했다.

오는 5월 3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유도소년’은 지난해 초연 당시 매진 행렬을 이어갔던 대학로 최고 인기작 중 하나다. 전북체고 유도부 선수인 경찬이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사랑과 꿈에 눈 뜨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초연 당시 경찬을 연기했던 홍우진, 박훈과 함께 대학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박해수도 합류했다. 박해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연극 ‘프랑켄슈타인’ ‘맨프럼어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쉬지 않고 연기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뛰고 몸을 움직여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경찬이의 이야기가 제 이야기 같기도 했고요. ‘생각해보니께 유도가 재밌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디”란 대사가 나와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얼마나 재밌고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지 되묻게 되더라고요.”(박해수)

그의 말처럼 연극은 115분간 쉴 틈 없이 뛰고 구르고 업어치고 메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유도가 처음이었던 배우들은 2개월여 실제 유도 관장에게 직접 훈련받으며 기본기를 익혔다. 공연이 끝나면 바로 탈진해서 뻗어버리기 일쑨데 세 사람 모두 “군대에서 받았던 유격훈련 보다 더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꾸준히 연습해 이제는 선수 폼이 난다. 박훈과 박해수는 허리후리기, 홍우진은 전방낙법이 가장 자신 있다고 했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연극이다 보니 기존 연극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게 사실이다. 배우들은 노출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닭 가슴살과 채소만 먹고 버텼다가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다시 야식까지 꼬박 챙겨먹고 있다고 한다. 무릎이며 발목, 손가락 등 출연 배우들 대부분이 연습 중 부상도 당했다. 홍우진은 “한 번은 배우 십 여 명이 정형외과를 방문해 물리치료를 받고 온 적도 있었다”고 무용담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세 사람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하다. 박훈은 “땀 흘려 운동하고 샤워도 같이 하기 때문에 전우애가 있다”며 “함께 하는 자체로 즐거운 것 같다. 선수들에게 우리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다. 정식으로 초대한다”고 했다.

경찬의 유도부 후배 요셉(오의식·박정민·임철수)과 태구(윤여진·조현식·신창주) 뿐 아니라 경찬이 사랑하는 화영(정연·박민정·박보경), 경찬과 화영을 두고 싸우는 민욱(차용학·박성훈·김호진) 등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운동선수다. 기술을 선보이거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많다. 이 때문에 활기차고 스릴 있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1997년도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극 속에 박혀있는 소품과 패션, 노래를 만나게 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듣는 맛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홍우진이 다시 도복을 입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본 작품이 ‘유도소년’”이라며 “통증을 느낄 때마다 진통제를 바르셔야했는데 공연 끝날 때까지 손에 쥔 진통제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셨다. 그만큼 즐겁게 보고 가셨다. 내가 다시 이 무대에 서야 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유도는 아무리 작은 기술에 걸려도 한 판이면 뒤집을 수 있어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한판승으로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이 경찬에게 투영되죠. 제 인생에서도 ‘유도소년’은 한판승에 버금가는 작품입니다.”(박훈)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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