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비율, OECD 절반도 안 된다 기사의 사진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은 유독 힘겹다. 외국에서도 보통 정규직보다 1∼2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기는 비정규직이 더 낮은 처우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도가 지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예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성장을 방해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더구나 차별을 견디고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이 될 기회를 얻는 이는 열에 한둘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작업은 비정규직도 ‘일할 만한’ 일자리가 되고, 더 나은 일자리로 가기 위한 ‘가교’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 미생들, 정규직 전환은 ‘하늘에서 별 따기’=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OECD가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비정규직 중 근무한 지 1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1%에 불과했다. 3년 후 전환되는 비율도 22.4%에 그쳤다. 회원국 평균 53.8%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OECD는 “유럽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디딤돌’인 것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덫’이 될 위험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비정규직 줄인다는 공약은 공약(空約)으로=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07만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2.4%를 차지한다. 정부는 출범 초 국정과제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전환을 강화,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비정규직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600만명을 넘어섰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기본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 6∼8월 기준 145만3000원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이 받은 월평균 임금(260만4000원)의 55.8% 수준밖에 안 된다. 이 격차는 꾸준히 벌어져 왔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 임금은 10년 전인 2004년 65.0%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56.4%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0.6%포인트 더 하락했다.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4.2배(2010년 기준)에 이른다.

◇비정규직 보호 못하는 ‘비정규직 보호법’=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심한 차별이 일반화된 가장 큰 이유로는 아직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법이 꼽힌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에서 최근까지도 자동차의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정규직과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비정규직 간 임금은 배 가까이 차이 났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추상적인 규정이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비정규직 수가 계속 느는 원인도 ‘법의 구멍’에 있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만 2년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 사용 사유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해도 제재받지 않는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은 불가피하게 고용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부분 때문에 허용하는 것인데,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에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는 규정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객관적인 사유를 명시하자는 주장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사용 사유 제한 원칙을 법에 명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광표 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있는 일자리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문제는 그 사유 규정이 없어서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고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소장은 이어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도 기간제 기간만 자꾸 논의하는데,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닌 (비정규직) 사용 사유”라고 지적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조민영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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