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경비·청소원 등으로 고달픈 삶… 근로시간 가장 길고 임금은 최저 기사의 사진
비정규직은 단순히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퇴한 50·60대 직장인들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재취업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 때문에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층에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개혁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는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서 고령층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노동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50%를 넘어섰다. 60∼64세 남성의 경우 54.8%가 비정규직이고, 65세를 넘어서면 73.6%까지 치솟았다. 30·40대 10%대에 머물던 비정규직 비율이 50대에 20∼30%까지 오르다가 60대에 들어서면서 급증하는 것이다. 이는 은퇴한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의 질을 따져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들은 늘고 있고 실제 취업도 많이 하고 있지만 이들을 환영해주는 일자리는 마땅찮다. 대부분이 경비업체, 청소업체, 주유소 등에서 일을 한다. 이런 일자리는 임금도 적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시설·경비직이 많이 포함된 용역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8081원으로 비정규직 중 가장 적었다. 반면 근로시간은 월 197.4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은퇴 후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고령층의 고달픈 현실이다. 중간소득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저임금 근로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16.7%에서 지난해 23.5%로 급등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령층이 은퇴 후에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교 일자리를 확대해 이들이 사회생활에서 천천히 물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의 취업난은 20·30대 구직자와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고령층 고용이 일자리를 잠식해 청년 실업을 부추길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년연장과 청년 실업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4년 청년 실업의 원인으로 고령자의 일자리 장기체류를 꼽고 조기퇴직을 권고했지만 청년 실업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만 확인하고 11년 뒤인 2005년 이 같은 권고를 접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오해는 일자리 총량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고령자 고용이 증가하면 청년 고용도 함께 느는 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임금피크제 확산 등을 통해 은퇴시기를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은퇴 이후에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요구된다. 하루 12시간 근무에 박봉인 아파트 경비원 같은 일자리는 심화되는 노령화 시대에 맞지 않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노령화로 장시간 업무의 긴장도와 집중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짧은 노동시간에 적정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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