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정구] 경제문제 해결하려면… 경제가 뿌리 내리고 있는 토양을 바꿔야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내놓는 학자나 전문가들의 공통점은 모든 경제 문제는 경제를 개선함에 의해서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일시적 해결책이야 경제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 곪아터질 대로 곪아터진 경제 문제는 절대로 경제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경제라는 것은 사회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나무와 같아서 사회라는 토양이 이미 산성화되었다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개방하고 규제를 풀고 생산을 독려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 같은 오류는 사회라는 맥락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서의 경쟁과 규제 완화의 문제로 치환시켜서 생각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다준 폐해다.

아무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무에 가지치기를 해주고 공을 들인다 하더라도 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 자체가 산성화되어 있으면 경제라는 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방법이 없다. 사회라는 토양 자체가 지금처럼 산성화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경제적 해결책을 내놓아도 작동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재벌 중심의 규제완화와 경제 개혁은 이미 산성화된 토양을 더 산성화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아닌 재벌 중심의 성장과실은 사회라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산성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은 여러 통계 자료로도 증명된 바다.

우리 사회라는 토양의 산성화를 이끌고 있는 두 주범은 부패와 양극화 문제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4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결과에서도 한국은 175개국 가운데 부패한 나라의 상위권인 43위에 랭크되어 있다. 최근 IMD 발표에 의하면 회계 투명성은 60개국 중 최하위권인 58위다.

부패지수가 높다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등 경쟁력에 사용되어야 할 비용이 거래 자체를 따내기 위해 쓰는 뇌물성의 거래비용으로 전가돼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청렴도가 1단위 상승할 때 국내총생산(GDP)이 2.64% 상승하고, 국가부패인식지수가 1단위 더 개선될수록 해외투자가 0.2% 상승한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중국의 시진평이 중국의 경제 문제를 관료의 부패에 귀인시키고 있는 것처럼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부패다.

부의 양극화 문제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빼앗아가며 사회의 토양을 산성화시키는 또 다른 주범이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인 복지 지출을 보면 우리나라는 OECD 28개 조사국 중에서 꼴찌였다. 문제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국민부담률 역시 2013년 기준으로 24.3%로 OECD 평균 34.1%보다 10% 포인트 낮다. 결국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높여야 하는데 지금처럼 부자와 재벌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봉급생활자들과 서민들에게 이 부분을 부과한다면 부의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게 마련이다.

경제민주화란 사회라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경제와 사회 간에 선순환 고리를 다시 연결하는 작업을 말한다. 결국 경제와 사회를 같이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만이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을 만들어줄 것이다.

윤정구(이화여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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