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세월호는 인양돼야 한다… “세월호 특위 활동과 인양은 진상규명의 두 축” 기사의 사진
해가 바뀌고 달포가 지나면서 세월호 국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난항을 겪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안이 확정됐고 인양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특위와 인양은 진상규명의 실체적인 두 축이다. 특위 구성이 마무리돼 활동을 눈앞에 두고 있고, 유가족 등의 도보행진과 범국민대회 등 인양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위는 예상보다 꽤 늦어졌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개월 만에, 11월 특위 설립법이 통과된 지 3개월 만에야 직제와 예산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설립안 도출 과정에서 ‘세금도둑’ 논란, 여야 간 정쟁 등 곡절도 적지 않았다. 출범이 지체된 만큼 특위는 팽목항만 쳐다보고 일을 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국민들이 의혹을 가졌던 내용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해야 한다. 타인의 슬픔에 예의를 갖추고 오직 진실을 찾겠다는 각오를 다져야겠다.

특위가 법적, 제도적 문제점을 주로 찾는 과정이라면 인양은 참사 원인과 구조 실패의 실태를 확인하는 현장이다. 둘 사이에는 뗄 수 없는 상관성이 있다. 특위에서 제기된 의문점은 인양된 세월호를 통해 풀고, 그 배에서 드러난 궁금증은 특위 조사에서 해소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조직 내 사무공간과 작업장 같은 관계다.

인양이 필요한 또 다른 근거는 프레임에서 찾을 수 있다. 소설가 박민규가 세월호에 대한 작가들의 글모음집 ‘눈 먼 자들의 국가’에서 말했듯이 세월호는 사고와 사건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진 참사였다.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사건이다. 사고는 복구와 보상이면 족하지만, 사건은 진실과 대면하는 응답의 대상이다. 사건의 전모를 정확히 파악해 재발을 방지하는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현장 확보는 당연하다.

그러나 인양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세월호와 진정으로 이별해야 하기 위함이다. “일상으로 돌아가 산 사람은 살아야 된다”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인양에서 찾아야 한다. 진도 맹골수로 해저에 세월호를 그냥 두고는 참사를 매듭지을 수 없다.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은 물론 국민들의 비탄도 진행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했다”는 것이 확인될 때 세월호는 비로소 기억 속에 묻힌다.

여론도 인양에 호의적이다. 한국갤럽이 이달 초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선체 인양에 공감했다. 반대는 31%에 불과했다. 작년 11월 수중수색 중단 시점에 실시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치권의 입장도 비슷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세월호를 반드시 인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민의 동의를 구해서 인양문제가 빨리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걸리는 점은 정부 여당이 내세우는 공론화 절차다. 해양수산부와 새누리당은 인양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한다. 1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예산이 들기 때문에 납세자인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에 이렇게 귀를 기울였는지 알 수 없다.

인양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점도 꺼림칙하다. 정부 일정에 따르면 가부는 인양에 대한 기술적 검토 등을 거친 다음 4월 초쯤 확정된다. 4·29재보선을 앞둔 때다. 정략적 입장에 따라 얼마나 많은 다툼이 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미리 인양에 발 벗고 나섰으면 좋겠다. 국론 분열도 막고 반쪽짜리 총리의 굴레도 벗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jyjung@kmib.co.kr

정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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