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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친해지기] (8) 몸을 낮춰야 보이는 꽃

[풀·꽃·나무 친해지기] (8) 몸을 낮춰야 보이는 꽃 기사의 사진
큰개불알풀 꽃. 필자 제공
소리 내어 이름 부르기가 조금 민망한 식물이 있다.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큰개불알풀 등 개불알풀 종류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것이 큰개불알풀이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을 좋아해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길가 빈터에서도 볕 잘 들고 바람을 피할 수 있으면 한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이름에 ‘큰’이란 말이 들어 있지만 전혀 크지 않다. 개불알풀이나 선개불알풀에 비해 꽃과 열매가 크다는 의미일 뿐 아주 작은 식물이다.

꽃의 지름이 5∼8㎜ 정도로 새끼손톱보다 작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천으로 피는 이 꽃이 언제 피었다 지는지도 모르고 산다.

큰개불알풀 꽃을 보려면 몸을 낮춰 풀밭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예쁜 꽃을 보면 그 수고가 아깝지 않다. 시인 이해인은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이라고 했다.(시 ‘봄까치꽃’)

큰개불알풀은 늦가을이나 겨울에 싹이 터 이른 여름 말라죽을 때까지 꽃이 피는데 꽃 하나하나는 하루만 피고 지는 하루살이 꽃이다. 다른 꽃이 계속 잇따라 피어 오래 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성경 속 성녀의 이름 베로니카(Veronica)를 학명으로 가진 이 풀의 이름이 이렇게 된 이유는 일본 이름을 직역했기 때문이다. 개불알풀의 일본 이름이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 큰개불알풀은 오이누노후구리(大犬の陰囊)다. 한자로는 땅에 깔린 비단 같다고 지금(地錦), 영어로는 꽃이 새의 눈을 닮았다고 Bird’s eye다. 우리나라에서도 봄소식을 빨리 전하는 꽃이니 봄까치꽃으로 부르자는 사람들이 있지만 공인된 이름은 아니다.

개불알풀 종류는 농약에 취약해 이들 풀의 유무가 논밭이나 과수원의 농약 과다 살포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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