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의 공습] 번식력 막강… 감염땐 인근 소나무 전멸 기사의 사진
재선충이 일단 소나무에 파고들면 손쓸 방법이 없다. 암수 한 쌍이 20일 뒤 20여만 마리로 불어나는 막강한 번식력 때문이다. 1㎜ 길이로 자른 머리카락 모양의 재선충은 소나무 내부를 파먹고 다닌다. 그러면 수분 통로가 막혀 소나무는 말라 죽는다. 치료하려 해도 수분 통로가 훼손된 탓에 약제가 나무로 스며들지 않는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이하 하늘소)와 공생한다. 재선충은 하늘소가 갉아먹은 소나무 틈으로 침투한다. 재선충이 소나무를 죽이면 하늘소는 여기에 알을 낳는다. 소나무가 죽으며 뿜어내는 가스가 하늘소를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은 소나무 속 재선충은 하늘소가 알을 낳으면 주변에서 기다렸다가 성충이 된 뒤 달라붙는다. 성충 하늘소는 죽은 소나무를 빠져나와 인근 소나무로 재선충을 옮긴다.

‘재선충과의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다. 얼마나 빨리 재선충 감염 소나무를 찾아 확실하게 제거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특히 하늘소가 유충 상태인 겨울철이 중요하다. 하늘소가 날아다니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죽은 소나무를 베어내다 되레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하늘소 유충과 재선충은 새끼손가락 굵기인 직경 2㎝ 소나무 잔해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나뭇가지 하나만 소홀하게 지나쳐도 주변 2∼3㎞ 내 소나무가 전멸하게 되는 것이다.

재선충 감염 소나무는 솔잎이 붉게 변하고 곰팡이가 피는 등 증상이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는 찾아내기 어렵다. 예찰(豫察) 활동이 연중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다만 험준한 산악지역은 쉽지 않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경남 하동군은 1년에 2, 3회 헬기를 빌려 항공 예찰을 하고 있다. 공중에서 육안으로 광활한 지리산을 감시하는 실정이다.

재선충은 1988년 일본에서 부산으로 건너왔다. 90년대 잠복기를 거쳐 2004∼2006년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돼 수도권까지 번졌다. 당시 정부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등을 제정하며 적극 대응해 급한 불은 껐다. 그러다 2011년 다시 고개를 들었고 지난해 이상고온 현상 등이 겹치면서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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