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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역’ 확정·고시 박원순 시장, 봉은사 미래위원장이었다… 지하철 9호선 역명 결정 개입 논란

도시공원조례 개정해 봉은사 신·증축 규제 풀어줘

‘봉은사역’ 확정·고시 박원순 시장, 봉은사 미래위원장이었다… 지하철 9호선 역명 결정 개입 논란 기사의 사진
봉은사 주지인 원학 승려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해 3월 ‘불교저널’과 인터뷰 한 기사 내용. 원학 승려는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봉은사역명의 당위성을 설명했고 박 시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봉은사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아래 캡처 사진)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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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봉은사의 주지 승려가 서울지하철 봉은사역명이 확정되기 10개월 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갖고 봉은사역 지정을 확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봉은사역명을 확정·고시한 박 시장은 시민단체 대표 시절 '봉은사 미래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나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봉은사 주지, 서울시장 면담 후 ‘봉은사역’ 확신=봉은사 주지인 원학 승려는 지난해 3월 18일 ‘불교저널’과 취임 100일 인터뷰를 갖고 “지난 2월 박원순 시장을 만나 봉은사역명의 당위성을 설명했고 박 시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봉은사역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원학 승려를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6일이다. 강남구청의 주민선호도 조사(1월 1∼15일)와 강남구청 지명위원회의 역명 논의(3월 21일)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역명 후보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원학 승려가 봉은사역을 확신한 것으로 미뤄볼 때 역명 최고 결정권자인 서울시장이 긍정적 신호를 줬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봉은사 주지가 면담 때 봉은사역을 건의했지만, 박 시장은 ‘강남구청지명위에서 순위부여 후 제출하면 서울시지명위에서 역명을 선정할 예정’이라고만 답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 시장은 어떤 민원인에게도 ‘성실히 검토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그걸 ‘긍정적 반응’으로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 ‘도심포교’ 위해 봉은사역 추진한 주지 찾아가=봉은사역과 관련한 박 시장의 의문스런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서울시지명위가 1차 회의를 열어 역명을 봉은사역으로 결정하고 이의제기를 받던 중인 지난해 5월 봉은사에서 열린 원학 승려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6·4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지난해 5월 봉은사를 방문한 것은 공적인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봉은사는 2만명의 신도가 서명운동에 동참할 정도로 역명 확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교통 요지인 서울지하철 9호선의 단독역명으로 채택되면 강남을 대표하는 지명으로 부각돼 도심포교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학 승려도 봉은사 주지로 취임할 때 ‘감동의 도심포교’를 주창하며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 제정’을 5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봉은사는 서울시지명위 1차 회의에서 봉은사역명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결정은 논란이 불가피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고 해당 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한 지명’ ‘지역을 대표하는 다중이용 시설’이라는 역명 제정 기준에서 벗어나 ‘역사성’ ‘강남을 대표하는 전통사찰’이라는 불교계 논리대로 역명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역명의 최고 확정·고시권자인 서울시장이 봉은사를 방문한 것이다. 봉은사 측과 박 시장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했고 역명 제정은 봉은사의 뜻대로 진행됐다.

서울시지명위는 같은 해 8월 2차 회의를 열어 “역명 병기(倂記)라도 해 달라”는 코엑스의 이의제기를 ‘역명 병기는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며 거부했다. 이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3차 회의를 열어 역명을 봉은사역으로 최종 확정했다. 서울시지명위원장은 박 시장 직속인 행정1부시장이다.

박 시장은 12월 ‘도시철도 역명 제·개정 확정 고시’를 발표하고 봉은사역 등 4개 역명을 최종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봉은사 주지의 확신은 맞았다.

◇박 시장, 봉은사 미래위원장 시절 ‘도심포교 모델’ 약속=박 시장은 룸비니 불교학생회 출신으로 1994년 대한불교조계종 개혁 당시 법조인으로서 개혁회의법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2년부터 참여불교재가연대·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조계종 총무원·조계사·봉은사·우리는선우 특별법회를 인도했다. 대한불교청년회·불교인재개발원 포럼 등에 참여하며 불교 발전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 시장은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한국 불교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14인’에 선정됐으며, 만해대상, 불교인권상 등을 받았다. 2013년 6월엔 서울시장 신분으로 동국대 불교대학에서 승려들을 대상으로 ‘승가수행학(僧伽修行學)’을 강의했다. 이렇다 보니 불교계에선 박 시장을 ‘재가불자(在家佛子)의 귀감’(불교신문) ‘불교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친불교 성향의 시장’(법보신문)으로 평가한다. 박 시장도 불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친불교적”이라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시장 취임 전에 봉은사의 미래위원장(2007∼2010년)도 역임했다. 그는 2007년 봉은사의 도심포교, 운영, 발전방향 등을 모색하는 미래위원장에 위촉된 직후 “미래위를 통해 봉은사의 미래는 물론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불교신문은 2007년 9월 12일자로 박 당시 봉은사 미래위원장 등이 “도심 속 사찰이라는 특성을 살리는 수행중심의 사찰 운영과 전통문화 계승발전 노력을 통해 새로운 도심포교의 모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박 시장은 시장 당선 전까지 봉은사 신도회 지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불교편향 예산 지원, 친불교 정책 쏟아놓고 “불교편향 아니다”=박 시장의 약속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2013년 3월 ‘도시공원조례’를 개정해 봉은사의 오랜 숙원사업을 풀어줬다. 불교 언론에선 ‘40년간 규제에 묶여 있던 봉은사가 종교건물 신·증축이 가능한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템플스테이·불교박람회 지원, 전통사찰 관광자원 조성 등 친불교 정책도 쏟아냈다. 대표적 정책이 그해 8월 발표한 ‘조계사 부근 성역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2년까지 2600억∼3500억원을 투입해 조계사 부근 2만8577㎡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조계종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불사(佛事)’로 불린다. 극락전, 팔상전, 템플스테이 체험관을 새로 건립하고 불구점, 승복집, 불교서점, 관광버스 지하 주차장 등을 만들어주는 사업으로 거액의 혈세지원이 예상된다.

서울시의 불교 지원 예산도 급증했다. 올해 서울시의 불교 예산은 51억7450만원으로 오세훈 전 시장 때보다 2.6배 이상 늘었다. 개신교 예산은 1억5000만원, 가톨릭은 3억원이다.

서울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박 시장은 봉은사 미래위원장으로 2010년까지만 활동했다”면서 “미래위원장 시절 봉은사가 사회공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했을 뿐 포교를 목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무교인 박 시장에게 불교 편향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이억주 대변인은 “박 시장은 봉은사 미래위원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 친불교 성향 공직자”라면서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역명 제정 원칙에 따라 코엑스로 역명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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