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주목! 이 클리닉] ② 국제성모병원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 기사의 사진
인접한 장기까지 암세포가 옮겨붙은 단계에서 뒤늦게 암을 발견해 수술이 어려운 암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까. 최적의 환자 개인 맞춤처방을 찾기 위해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 의료진이 통합진료실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국제성모병원 제공
“더 이상 쓸 약이 없습니다. 이 약도 안 듣고, 저 약도 안 듣고….”

암 환자들이 말기에 이르게 됐을 때 주치의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천길 높이 절벽 앞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거나 반대로 한 발만 더 내딛으면 천길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하는 절망적인 상황. 환자들은 하나같이 “그 당시 눈앞이 캄캄했다”고 회고한다.

대부분 암이 다른 장기로 옮겨붙은 ‘전이암’ 환자이거나 없어진 줄 알았던 암이 몇 년도 안 돼 다시 나타나는 ‘재발암’, 다른 부위에 새로운 암이 발생한 ‘이차암’으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환자들이다.

결국 병원에서 쫓겨난 환자들은 용하다는 한의사를 찾아 나서거나 근거가 희박한 줄 알면서도 민간요법에 의지하기 일쑤다. 살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에서 나오는 행동일 것이다.

과연 이들을 이대로 놔두어도 되는 것일까. 인천가톨릭의료원은 “절대 안 될 일”이라고 지적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전이·재발암, 이차암 등으로 말기에 이르러 오갈 데 없어진 환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주교인천교구가 지난해 2월 인천 서구 심곡로 소재 국제성모병원을 개원하면서 병원 내 전문병원으로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원장 이종두)을 설립, 1년째 운영한 이유다.

◇말기 암 환자의 지친 심신 달래주는 곳=암 환자들의 진단 후 삶은 크게 두 유형으로 구별된다.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고 완치돼 사회복귀에 성공하거나, 치료에 실패해 제도권 밖 민간요법 등으로 자가 치료를 도모하다 고통 속에 숨지는 경우다.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은 이중 후자 유형의 환자를 돕는 국내에서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암 진단 후 수술을 목전에 둔 환자, 수술 후 추가로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계획 중인 환자, 수술을 앞둔 조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재발 및 전이 예방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보다 적극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진행 암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고통 없는 치료를 추구한다.”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 이종두(60) 원장의 말이다. 이 원장은 “고통 없는 암 치료를 모토로 호스피스완화의료 성격의 의학적 치료는 물론 한의학과 각종 보완대체의학 및 영적(정신적) 치료까지 망라한 통합의료를 시도해 암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조기 암 치료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진행단계가 3기 이상인 전이·재발암 환자의 경우 치료 종결 후 5년 생존율이 19%에 그친다. 뒤늦게 발견된 암은 다른 장기에 전이돼 치료 후에도 재발 위험이 높고, 그만큼 완치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원장은 “전이·재발암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얼마든지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암의 전이와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도 과학적 검증을 거쳐 가져다 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방법은 통합의료를 통해 구현된다. 통합의료란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가정의학과, 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암식이·영양과 등 각과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최적의 환자 개인맞춤 처방을 찾아내 치료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라운지 형태의 통합진료실을 상시 운영 중이며 4월 초에는 암 환자 교육훈련 센터도 신설할 예정이다.

◇암 환자들 관심 많은 한의학 접목 통합의료 눈길=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은 국내 대형 암병원과 암센터가 경원시하는 한의학 지식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양·한방 통합의료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전통 한의학이 발전시킨 천연약용식물(약초)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암의 전이와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항암기능식단 개발에 온힘을 다해 주목받고 있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을 찾는 전이·재발 암 환자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십중팔구는 한방치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암 환자의 목마름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풀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암성분을 많이 함유한 갖가지 식물을 원내 특용작물 농장에서 직접 재배, 환자에게 매끼 제공하는 항암기능 유기농채소 식이요법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매주 월요일 오전 한의사 3명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정례회의 때 과학적 근거 찾기 및 검증 작업을 일상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은 이를 ‘2015 암 환자의 영양관리 지침’으로 엮어 오는 4월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먹고, 유효성분이 분자생물학적으로 기존 항암제와 유사한 구조인 강황, 녹차 등 15가지 항암기능식품도 포함됐다.

이 원장은 “연구결과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되 단백질과 지방질 섭취는 제한하지 않는 ‘저탄수화물 고칼로리 다이어트’가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천연약물을 중심으로 한 전통 한의학 이론과 현대 임상식이영양학을 이상적으로 조합해 암의 진행을 늦추면서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식단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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