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복지 축소, 현실적 대안일까 기사의 사진
지금과 달리 선거 때면 돈이 없어 못 돌릴 만큼 돈 봉투 돌리는 일이 공공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득표 전략 중 하나가 유권자에게 상대 후보의 이름으로 돈 봉투를 줬다가 잘못 전달됐다며 되돌려 달라는 것이었다.

줬다 뺏는 것만큼 마음 상하게 하는 일도 흔치 않다. 소득세 연말 정산 파동도 줬다 빼앗아 생긴 일이다. 정부가 세금을 너무 많이 감면해줬다며 연말에 토해내라고 한 것이다. 정부 주장이 맞는다 해도 줬다 뺏는 격이 됐고, 줬다 뺏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는 애들 말대로 정부에 사달이 난 것이다.

줬다 뺏는 것에 버금가게 마음 상하게 하는 게 주던 것 안 주는 일이다. 오뉴월 볕도 쬐다 말면 서운하다는데 어느새 기득권이 돼버린 금전적, 물질적 혜택이 중단된다면 거저 받던 것이었어도 자기 것 뺏기는 기분일 터이다.

지금과 같은 복지 정책을 계속할 경우 국가 재정이 곧 거덜 날 것이라고 한다. 해서 증세를 하든지 아니면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고 한다. 임기 3년차가 되는 박근혜정부가 풀어야 할 최대 난제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충함으로써 국민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복지도 축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상적인 목표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있겠는가. 그러나 경제깨나 안다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지금 경제 사정으로는 그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여권 등 보수 쪽에서는 복지 축소를, 야권 등 진보 쪽에서는 복지 축소 대신 법인세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상식선에서 얘기하자면 복지 축소는 지난한 일이고 정부로서는 엄청난 모험이 될 것이다. 복지 축소냐 증세냐를 놓고 택일하라는데 복지 축소는 선택 대안에서 아예 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선진국에 진입한다면서 복지를 축소하는 건 시대역행이라는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주던 것 안 주면 받던 사람들의 상한 마음을 달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현실론을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국민은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하면 고난에 동참할 줄 아는 착한 국민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무상 복지의 축소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론적이고 이성적 판단일 뿐이다. 막상 복지 축소의 대상이 되면 그들의 생각이 바뀌고 그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복지를 축소하겠다면 정부·여당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혁명하겠다”는 각오로, 다시 말해 정권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굳이 복지를 축소할 경우에도 기득권은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공무원연금 개혁도 꼭 해야 하지만, 새로 되는 공무원의 연금은 줄이되 전·현직 공무원들의 기득권 박탈은 최소화하는 선에서 그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지를 축소하지 못할 경우 그 재원은 박 대통령의 생각대로 경제가 활성화돼 세수가 증가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증세를 하든지, 다른 분야의 재정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와 탈세 방지 등으로 세수를 늘리고, 증세 가능한 분야도 검토해야 한다. 다음은 정부의 분야별 예산 재검토와 선심성 예산의 통제를 통해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 특히 지자체의 예산 낭비는 도를 넘고 있다. 호화 청사는 말할 것도 없고, 멀쩡한 도로 옆에 새 길을 뚫는 등 실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들어와야 할 재정수입이 누락되고, 나가서는 안 될 재정지출이 나가는 것만 제대로 챙기고 막으면 복지를 축소하지 않고서도 그 재원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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