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심했다. 그래도 앞으로 잘하면 멸종까지는….”

지난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만난 산림청 관계자는 재선충병이 전국에 확산된 상황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2년 49만 그루가 죽고 2013년에도 비슷한 숫자로 감염될 때까지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다 지난해 피해 규모가 4배 이상 급증한 뒤에야 부랴부랴 긴급 방제에 나서게 됐다는 ‘고백’이다. 방제 현장에서 기초 매뉴얼조차 무시되는 실태(국민일보 23일자 1·10면 참조)에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도 “2017년까지 과학적인 방제로 소나무 멸종을 막아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산림청은 이미 ‘양치기 소년’이 된 경험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재선충 감염 소나무가 137만 그루로 정점을 찍은 뒤 잦아들자 ‘방제 성공’이라며 자축했다. 전문가들은 “그때 더욱 집중해 뿌리를 뽑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방제 효과를 성급하게 홍보하고 나선 결과 관련 예산이 삭감돼 방제 현장이 부실해졌다는 얘기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방제 예산 대부분을 산림청에서 지원받고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산림 당국은 2013년 10월부터 재선충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방제 작업을 벌였고 지난해 5월 ‘성공적 방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역대 최대인 218만 그루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올해 재선충병 피해 규모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산림청이 발표한 109만 그루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지난 5일 산림청 직원들을 경주 등 ‘극심’ 지역에 ‘특별담당관’으로 파견하며 “방제 품질 강화를 위해 산림청 본부 전문가들이 나섰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방제 현장에서 만난 한 특별담당관은 “재선충 방제에 문외한이라 현장에서 배우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산림청은 “재선충 방제 감독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가능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소나무 한 그루가 200만∼1000만원 한다. 그루당 200만원이라고 치면 지난해와 올해 최소 300만 그루가 죽었으니 부실 행정으로 6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공기정화, 산사태 예방 기능 등 비경제적 가치까지 따지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 한 그루는 수많은 생명체가 사는 하나의 생태계”라며 “수백만 그루가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행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 관련기사 보기◀
▶ ‘소나무 에이즈’ 한반도 급속 잠식… 한국 소나무, 3년 내 멸종 위기론
▶ [소나무 재선충의 공습-르포] 잔해 처리 엉터리… 탈출한 재선충, 주변 쑥대밭 잠식
▶ [소나무 재선충의 공습] 번식력 막강… 감염땐 인근 소나무 전멸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