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30년 뒤 우리는 기사의 사진
한국은 인구가 넘쳐난다.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그렇다. 베이비붐 세대의 영향으로 생산가능인구는 과거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는 적다. 일류대학을 나와도 청년백수로 전락하며 대기업을 다녀도 50대 중반에는 그만둬야 한다. 경제적으로 유용한 자원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것, 이것을 보면 한국은 과잉인구다.

재벌 대기업이 아무리 투자해도 일자리에 별 영향이 없다는 점은 이미 상식에 가깝다. 그것이 글로벌경쟁에 직면한 한국기업의 최적화된 투자와 고용패턴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고용 불안과 양극화는 이들의 잘못만은 아닌 것이다. 사람을 고용하는 또 다른 축, 중소기업과 지역경제가 제 역할을 못한 것도 문제다. 혁신도시, 클러스터, 벤처육성, 강소기업 등 변죽은 요란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금부터 30년 전 우리는 안정된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열심히 살아도 너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미래가 불안하니 당연히 결혼과 출산은 기피된다. 따라서 인구 5000만명을 유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통계청의 장기인구추계에 의하면 30년 뒤 우리는 4000만명을 밑도는 대한민국에 살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일자리 확보가 손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기업은 자본수익률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대응할 것이다. 오히려 젊은 세대의 부양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각종 인구 전망은 미래 한국의 고령화 인구비율이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생산가능인구 10명이 8명의 노인과 2명의 어린이를 부양하는 그런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사회복지 지출의 수요는 폭증한다. 충분하지도 않은 지금의 복지제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그렇다. 204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현재 평균인 국민소득 대비 22.1%를 넘어설 것이라는 연구가 일반적이다. 참여정부 시기 ‘비전 2030’의 추정을 그대로 따른다면 1100조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문제다. 최악의 경우는 경제활성화란 미명으로 세금도 제대로 걷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국민에게는 더욱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 및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확대의 논리다. 일자리 확보를 위해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당연시되며, 복지지출 억제를 위해 연금 및 각종 사회보장 개혁도 주장된다.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며 가족 모두가 일해야 하는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도 생활이 여전히 빡빡하다면 우리는 얼마나 초라한 대한민국에 살게 되는 것일까.

아쉬운 점은 30년 뒤 우리의 모습에 대해 그 누구도 정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문의 소치이나 참여정부 시기 ‘비전 2030’ 이외에는 본 것이 없다. 거의 모든 정책들이 당면한 과제에 집중한다. 각종 ‘기본법’ 하에서 책정되는 계획들도 최대 5년이다. 그나마 정권이 바뀌면 또 새로운 것을 꺼내든다. 정책의 연속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어디서도 장기비전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정책기획위원회,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어디에서 하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생활 불안이 인구 감소로, 또 그것이 생활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경제, 사회, 정부가 혁신되기 위한 정책체계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30년 뒤 대한민국이 종말로 가는 묵시록이 아니라 행복하고 번성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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