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칼럼] 박 대통령 취임사 다시 읽어보니 기사의 사진
25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2년 되는 날이다.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국내외 귀빈과 7만여명의 국민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 시대 개막’을 알렸다. 비록 유권자의 절반은 그를 반대했지만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국민들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국민들의 실망은 자못 크다.

박 대통령의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국무총리 인선 실패, 고집과 불통, 세월호 참사가 먼저 떠오른다.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박 대통령은 경제 및 국가 혁신의 토대 마련을 위해 골조를 세웠다고 자평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은 별로 없다. 취임 당시 60%를 웃돌았던 지지율이 반토막난 이유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궁금증이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게 했다.

취임사 제목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이 희망의 키워드다. 경제부흥 분야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창조경제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지만 특별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없다. 정부 각 부처가 ‘창조’를 강조하지만 말뿐이다. 경제민주화는 올 스톱이다. 동반성장을 밀어붙였던 이명박정부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민행복의 필수 요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을 입증했을 따름이다.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 정피아 척결을 다짐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약속했으나 당국 간 대화조차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대박 나팔에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문화융성을 강조하지만 대통령이 매월 한 번씩 공개적으로 문화행사에 참석한다고 무엇이 달라질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 추진 전략과 관련해 정치학자들은 흔히 루스벨트식 모델과 케네디식 모델을 말한다. 전자는 국민 기대가 높은 집권 초기에 갈등 유발적인 개혁 과제를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섣부른 개혁 추진으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집권 초기부터 신중하고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루스벨트식 모델은 어차피 실기(失機)했다. 준비가 없어서다. 케네디식 모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 경제 활성화와 4대 구조개혁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임기 3년차를 시작하면서 목표는 잘 잡은 듯하다. 그 중 일부만 성공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회, 특히 야당과의 협력은 필수다.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입법을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야당 지도부와 접촉해 도움을 청해야 한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분야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끈질기게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2년간 보여준 소통 능력으로는 이런 작업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통령이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심기일전해야겠지만 이참에 청와대와 내각에 총동원령을 내릴 필요가 있다. 현 청와대 비서진과 장·차관들은 도대체 존재감이 없다.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국회와도 담을 쌓고 사는 것 같다. 집권당 대표조차 장관들 이름을 다 못 외울 정도라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

성기철 논설위원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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