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유재웅] 박근혜정부의 ‘자소서’ 기사의 사진
대학가는 이번 주가 졸업 시즌이었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문을 나섰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으로 나아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높은 취업문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졸업 예비생들뿐 아니라 2, 3학년 재학생들까지 교수 상담을 요청하는 단골 메뉴가 취업이다. 그중에서 소위 ‘자소서’라고 하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대한 도움 요청을 많이 받는다.

학생들의 자소서를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장황하지만 무슨 내용을 말하려는지 초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추상적이거나 자화자찬 일색인 경우도 적지 않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시간 여유가 없어 제한적인 도움을 주지만, 재학생들에게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지도한다.

우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담고 싶은 것을 모두 써보게 한다. 다만, 애매한 추상적인 용어의 나열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을 적도록 한다. 남이 하지 않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것을 찾아보도록 한다. 형식은 그 다음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다수의 학생들이 “실제 자소서를 써보니까 지금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4년여 공부하고 평가를 통해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듯이 정부도 5년마다 국민의 평가를 받고 역사에 기록된다. 역대 정부들은 후반기 들어서면서 홍보담당 부서를 닦달하는 사례를 많이 보였다. 우리 정부가 밤잠 안 자고 일해 왔는데 국민들이 온당히 평가해 주지 않는 것은 이를 제대로 알리는 홍보부족 때문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체의 뒷받침이 없는 홍보는 공허하고 오래 갈 수가 없다.

박근혜정부는 이러한 우(愚)를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정부 출범 2년이 지나 3년차다. 지난 2년간의 업적에 대해 여야의 평가가 극히 상반된다. 지금 박근혜정부에 남아있는 시간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정 방향을 잘 잡아 관리해 나간다면 국민들로부터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을 기회는 아직도 얼마든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집권 2년간의 진솔한 자소서를 작성해 보기 바란다. 홍보용으로 포장한 자소서가 아니라 국민의 관점에서 지난 2년간 무슨 일을 해왔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냉정하게 정리해 보기 바란다.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 출범 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국민들 뇌리에 각인되는 박근혜정부만의 차별화된 간판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국민적 공감대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 내에서조차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우리는 역대 정부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많은 대통령들이 재임 중 여러 일을 추진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대표적인 업적 몇 가지로 평가한다. 예컨대, 노태우정부는 북방외교, 김영삼정부는 권위주의 타파, 김대중정부는 IMF 위기 극복과 남북정상회담, 노무현정부는 지방분권으로 기억된다.

박근혜정부가 성공적인 정부였다는 평가를 받는 길은 명확하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기왕에 추진해온 정책 중에서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가 높은 정책을 선별하고 구체화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과물로 역사의 평가와 승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평소 국민과 진솔한 소통을 나누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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