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명호] 국회의원 실력 좀 알고 삽시다 기사의 사진
엊그제 장관과 총리를 지낸 인사와 저녁을 함께 하다 요즘 정치인들 얘기가 화제가 됐다. 전직 총리는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서 의원들과 장관들이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토론식 질의와 답변을 하게 되면 당사자들의 내공이 그대로 드러나게 돼. 뭘 알고 질문하는 건지,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하는 건지 알 수 있지. 그런 토론이 잘 이뤄지지는 않지만, 유권자들이 가감 없이 보게 되면 그들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할 수도 없고, 공부하지 않고는 못 배겨.”

그의 평소 지론은 선출직이나 임명직 고위 공직자들은 늘 공부하고 실력을 점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제품(정책)이 최상의 상태로 최종 소비자(국민)에게 도달하는데 관문(국회)을 통과해야 한다. 그의 경험상 고비마다 포퓰리즘, 여야 이해관계, 이해당사자들의 이권과 기득권 같은 것들이 개입돼 이리 찢기고 저리 고쳐지고 해서 이상한 형태의, 또는 반쪽짜리 제품이 돼버린 사례가 많았단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게 국회의원과 장관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그들의 실력을 잘 알아야 하는 권리와 책임이 있다.

미국에 C-SPAN이란 비영리 케이블 채널이 있다. 3개 채널로 24시간 방송되는 C-SPAN은 의회 청문회나 상임위, 주요 안건 투표, 정치인·공직자 기자회견, 정책·현안을 다루는 싱크탱크들의 세미나 등 그날 워싱턴DC에서 일어나는 주요 정치 활동과 공공 이슈들을 다룬다. 이 방송만 보고 있으면 워싱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정치인들이 어떤 언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중계는 무(無)편집, 무해설, 무분석이 철저한 원칙이다. 있는 그대로만 보여준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현안이라면 의회·백악관을 중심으로 카메라를 바로 들이댄다. 국민들은 비중 있는 정치인들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 카운티(우리로 치면 시·군·구)에도 대개 이 같은 비영리 케이블 채널이 운영된다. 그래서 구의원 같은 이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이라고 다 같지 않다. 실력자들도 있지만,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못하는 이들도 꽤 있다. 본질은 놔둔 채 윽박만 지르기, 국익보다는 지역구용 발언, 상대를 향한 증오 분출하기, 언론 관심끌기용이나 저질 발언….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유권자들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선거 때만 사탕발림과 ‘살려주세요’라는 반짝 호소로 고연봉·슈퍼갑 직장을 4년 더 보장받을 수 있다.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감시 소홀로 탄생한다. 우리도 C-SPAN 같은 방송을 만들든지,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활동을 상시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홍보자료의 온상 속에 그들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이런 불평을 털어놓았다. “일부 의원들의 수준이 왜 저질인지 생각해봤는데 첫째, 선거할 때 홍보자료만 보고 투표하고 둘째, 뽑고 나서도 실력을 살펴볼 기회 가 없으니 수준 이하가 퇴출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하나의 꿈을 갖고 있다. 정치적 독립성이 확고한 싱크탱크를 만들어 유권자들이 선거 전이나 선거 후에 정치인들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 주위에는 국회의원 자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뭔가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꽤 있다. 그만큼 정치인 수준이 떨어졌거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친구는 상장된 벤처회사의 대표다. 다음 달 만나면 돈은 벌었으니 이제 미래세대를 위해 사회공헌 좀 해보라고 권유해볼 생각이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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