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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뷰-박상은] 생명이 첫째입니다

한 번뿐이기에 꼭 지켜내야 하는 지고의 가치. 생명존중헌장 만들고 사회운동으로 확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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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마치 어두움과 사망의 깊은 터널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잔인한 4월에 터진 세월호 참사로 300여명의 귀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아직 다 잠기지 않은 뒤집어진 배를 바라보면서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우리 모두는 마지막 외치는 우리 자식들의 비명을 그저 듣고만 있어야 했다. 돈에 눈이 어두워 생명을 경시했던 우리 모두는 어쩌면 공범자요 살인방조자일지도 모른다.

이제 세월호는 2014년 세월 속에 묻히고 서서히 잊혀져 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사고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왔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와 펜션 화재사고, 이어지는 어선의 침몰사고, 토막 살해된 주검…. 뿐만 아니라 군에서는 구타로 젊은 청년들이 생을 마감하고, 지금도 어린 학생들은 학업의 부담으로 생을 일찍 접으며, 아파트 경비원과 실직한 어른들은 마지막 자존감을 침해당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렇게 여전히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 1위를 지켜내고 있다.

이제 다시 생명의 소중함을 외쳐야 한다. 안전의 문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식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돈과 명예와 쾌락보다도 생명은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순위의 명제다. 생명은 한 번뿐이고 되돌릴 수 없기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고의 가치다. 그 아무리 어린 생명이라 할지라도,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하는 중증장애아이라 할지라도 인간생명은 우주보다 귀한 목적적 존재이다. 생명의 소중함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내야 하는 첫 번째 우선순위다.

한편, 의학의 발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새로운 기술이 채 정립되기도 전에 다음 기술이 임상에 도입되면서 이를 윤리적으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험관 아기를 비롯한 불임치료, 자신의 입맛대로 카탈로그에서 원하는 타입의 정자와 난자를 살 수 있는 세상, 태아세포이식술,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이식, 장기수급이 부족해서 그 대책으로 등장한 뇌사문제,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의사의 안락사 시비, 복제 양으로 야기된 인간복제 논란, 모두가 의료인 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전문적인 윤리문제들이다.

이러한 생명윤리의 이슈들은 이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생명의 절대가치를 인정하는 세계관은 그 어떤 미약한 인간생명이라도, 가령 중증장애아이든 치매환자든 말기암 환자라도 인간생명이면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신성을 지녔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우주보다 귀한 존재로 인식하는 세계관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뱃속의 태아에서부터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인간생명은 목적적 존재로서 결코 다른 사람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 존재인 것이다.

반면, 인간생명을 상대적 가치로 인정하는 세계관은 인간생명도 질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아이나 치매환자를 낮은 질의 인간생명으로 보며, 이는 필요에 따라 생을 마감함으로 나머지 생명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소극적 안락사 논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나아가 다수 이익을 위해 소수 희생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으로 인간생명이 다른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연 지금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세계관은 무엇일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소수 인간생명의 가치에는 그리 관심을 쏟지 않으며, 쾌락과 권력을 누리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인간생명을 수단화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를 지배하고 있는 이 무서운 황금만능주의, 출세주의, 천민자본주의 아래 우리 모두는 속박당해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본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 모두 생명존중헌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한 인간생명의 절대가치를 온 국민이 함께 공유해야 하겠다. 생명존중헌장은 어린 시절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및 대학교와 평생교육을 통해서 생명존엄성을 교육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며, 향후 만들어지는 안전매뉴얼의 근간이 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는 사회지도층, 종교계, 교육계, 시민단체 등이 앞장서서 생명의 소중함을 외치며 실천해내는 생명존중운동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2015년 봄 어김없이 새싹은 돋아나며, 생명은 겨울의 동토를 뚫고 강한 생명력을 드러낼 것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와 있기에 다시금 희망을 노래한다. 이 찬란한 2015년 봄, 생명존중헌장이 만들어짐으로 생명존중의 원년이 될 것을 간절히 소망해본다.

□ 이 칼럼은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함께합니다.

박상은 국가생명윤리심의委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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