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인터뷰] 소강석 목사 “애국지사 순국 장소에 기념비조차 없어 충격”

독립운동 시발점 연해주 취재 동행한 소강석 목사

[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인터뷰] 소강석 목사 “애국지사 순국 장소에 기념비조차 없어 충격” 기사의 사진
소강석 목사가 지난 20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서 연해주를 방문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가 서 있는 장소엔 이곳이 유라시아 대륙 횡단 열차의 출발점임을 가르쳐주는 기념탑이 있었다. 이곳에서 출발한 기차는 모스크바까지 무려 9288㎞를 달린다. 소 목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민족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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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첫날인 지난 18일 찾은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시(市). 시내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10분쯤 달려 도착한 한 언덕에 오르자 황량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잡풀이 무성한 언덕엔 전신주 몇 개만 외롭게 서 있었다. 항일운동의 대부로 통하는 최재형(1858∼1920) 선생이 일제에 항거하다 총살당한 장소다.

하지만 이 언덕에서 고인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물 하나 없는 폐허 같은 땅이었다. 소강석(53)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목사는 언덕에 서서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최재형 선생이 죽은 곳에 기념비 하나 없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소 목사는 국민일보가 이달부터 선보이는 특별기획 프로젝트 ‘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의 출발지인 연해주 취재에 동행했다.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등지를 오가며 고려인의 현실을 살펴보고 항일 유적지를 돌아보는 2박3일간의 일정이었다. 소 목사는 국민일보와 함께 특별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소 목사와의 인터뷰는 취재 이튿날인 19일 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그는 “항일 유적지를 돌아보며 애국지사들의 헌신과 열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연해주 방문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잘 알고 조국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항일 투사들의 흔적을 돌아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 이틀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제시대에 살았다면 저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이었다.”

-연해주에서 방문한 독립운동 유적지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나.

“최재형 선생의 생가나 총살당한 장소 등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고인은 노비의 아들이었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기도 힘들었을 텐데 누구보다 앞장서 애국을 실천했다. 게다가 그는 크리스천이었다. 총살당하며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최재형 선생의 흔적을 좇다 보니 신앙과 민족애를 모두 가진 성경 속 인물인 모세가 떠올랐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모스크바에 산다는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도 만나고 싶다.”

-연해주는 한민족에게 특별한 곳이다. 아주 옛적엔 고구려와 발해의 땅이었고 100여년 전엔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다. 현재 우리 민족에게 연해주는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항일운동의 발원지였다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몇 방울의 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 연해주에서 시작된 독립운동은 훗날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연해주가 독립운동의 성지라는 것을 인지해야 민족의 정체성도 유지할 수 있다. 이곳의 유적지 유지와 복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단체 설립이 오랜 꿈이었다고 들었다. 한민족평화나눔재단 설립은 꿈을 향한 시작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면.

“북한을 처음 방문했던 게 2001년이었다. 당시 평양을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남북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국가가 없다면 교회도 존재할 수 없다. 목회자라면 역사의식과 함께 민족을 섬기는 정신이 필요하다. 단체를 설립했으니 앞으로 남북문제에 집중하고 싶다. 종교계는 물 밑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끊임없이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해야 한다. 남북문제가 해결돼 한반도에 평화가 자리 잡아야 세계평화도 가능하다. 아울러 고려인 문제처럼 한민족 디아스포라와 관련된 사역도 벌이고 싶다.”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은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연말까지 연간 대기획 기사인 ‘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를 공동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거두었으면 하는가.

“한국교회는 성장주의와 성공주의에 취해 있다. 역사의식을 갖고 연합 사역을 펼치기보다는 개교회주의에 매몰돼 각개전투만 벌이는 형국이다.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3·1운동 당시 한국 기독교계가 그러했듯 시대정신을 이끄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교계에 역사적 사명을 일깨우는 자극제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의 아픔과 민족의 수치를 되새기면서 통일의 미래를 여는 기사가 꾸준히 게재되길 희망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통일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2015년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한국교회는 실개천처럼 쪼개져 있다. 각개전투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결집해야 한다. 이것이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의 사명이다. 먼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갔다 70년 만에 돌아와 제2의 부흥을 이룬 것처럼 한민족 역시 올해를 의미 있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 민족의 정체성과 복음의 본질을 되찾는 시간이 돼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한국교회는 시대적 사명인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해주(러시아)=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분단 70년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 프로젝트는 국민일보·한민족평화나눔재단 공동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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