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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친해지기] (9)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풀·꽃·나무 친해지기] (9)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기사의 사진
플라타너스. 필자 제공
이맘때 도로를 걷다보면 기이하다 못해 기괴한 느낌을 주는 가로수를 쉽게 볼 수 있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잘려 끝이 뭉툭해졌고, 잘린 자리에 자란 어린 가지는 머리를 풀어헤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플라타너스다.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벚나무 가로수와 달리 플라타너스만 유독 그렇다.

그런데 조금만 유심히 보면 잘린 높이가 전선이나 가로등, 신호등 높이와 거의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플라타너스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가로수로 심었던 나무로, 환경이 적당하면 키가 40m 이상으로 자라는 나무다. 가로등이나 이정표를 가리는 것이 문제라면 줄기는 자라게 두고 곁가지만 쳐주면 될 텐데 자라지 못하도록 머리를 싹둑 자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플라타너스는 칠엽수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다)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심어지는 3대 가로수 수종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도 가로수로 심기 위해 수입됐고 한때 가로수의 대표로 군림하기도 했다.

실제로 플라타너스는 수형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 성장 속도가 빠르고 병충해, 자동차 매연 등에도 강하다. 게다가 한여름에는 넓은 잎으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쏟아지는 햇볕을 가려 복사열을 막아준다. 한마디로 가로수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플라타너스라 불리는 나무의 대부분은 미국이 원산으로 공식 이름이 양버즘나무다. 학명이기도 한 플라타너스는 잎이 넓은 특징에서 유래한 이름이고 버즘나무는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필자가 머리를 박박 깎고 초등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에는 영양부족으로 얼굴 피부가 얼룩덜룩해지는 마른 버즘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 나무의 아름다운 껍질을 보고 피부병명으로 이름을 붙였다니 ‘상상력의 결핍’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반면 북한에서는 동그란 열매에 주목해 방울나무로 부른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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