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의 안전을 둘러싼 논란은 근본적으로 신뢰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국내 원전이 해외에 비해 사건·사고 등 결정적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각종 원전 비리로 인해 불신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처음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2014년까지 국내 가동원전 23기의 고장 건수는 680여건에 이른다. 37년 동안 연간 18.3건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2012년 2월에는 고리 1호기의 정전사고를 은폐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회의를 갖고 은폐를 주도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의 제1발전소장 등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원안위 조사 결과 정전사고는 직원 실수, 관리 소홀, 고의적 보고은폐 등 사람에 의한 총체적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은 원전이 이슈의 한복판에 섰던 해였다. 납품비리, 고장, 정지 등 대형사고를 제외하고 원전에서 나올 수 있는 온갖 사건·사고가 동시에 터졌고, ‘원전 마피아’라는 신조어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원안위가 5월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의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시작이었다. 6월 원전 부품 위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균섭 한수원 사장이 면직됐지만 검찰은 한수원 본사와 고리·월성발전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7월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전격 체포된 가운데 바로 다음날 한울 5호기가 조작 실수로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월에는 한빛 6호기가 원자로 냉각재 펌프 고장으로 멈췄다. 원전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전력위기 경보는 2단계까지 상승했다. 이어 신고리 3·4호기에 납품된 케이블도 불량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수원과 정부는 케이블 전면교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연말에는 인터넷에 원전 도면 등 한수원 내부자료가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전은 무사했지만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 와중에 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에서 가스 누출로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잦은 사건·사고와 비리는 지난 26∼27일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갈등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전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은 기술보다 운영상 불신 문제가 더 크다는 얘기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안전운전 여부와 관계없이 일련의 사건, 사고 그리고 비리 등이 원전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서도 한수원 쇄신론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월 주최한 ‘원전 조달의 정상화 방안’ 국제 세미나에서는 개발연대식 독과점 시스템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원전산업이 난맥상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남일총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전과 관련한 사건·사고·비리는 수십년 동안 정부가 한수원 등 원전 공기업을 정책 도구로 인식하고, 경영권을 직접 행사한 결과 발생한 운영 시스템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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