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방산 비리 막는 시스템, 엉터리였다… 군 고위직에 뇌물 건네면 수천억 사업 수주 가능 기사의 사진
방위사업계 전반의 비리 척결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발족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1일로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 사건을 비롯해 그간 합수단이 진행한 사건은 외부에 수사 사실이 공개된 것만 크게 7건이다. 수사를 통해 ‘방산업체→군피아(군대+마피아)→현직 군인’으로 이어지는 고질적인 민간유착 비리가 드러났다. 합수단의 다음 목표는 방위사업 비리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제부터 방산 비리의 본질로 가는 수사 2라운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합수단의 1차 타깃, 해군 장비 납품 과정=합수단이 우선 주목하는 부분은 해군 장비 납품 과정이다. 합수단이 수사한 7건의 사건 중 4건이 해군 군 장비 관련 사건이다. 한 군 관계자는 “군함 건조 사업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방산 업체들은 금품 로비를 해서라도 따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납품 과정에서 2번의 ‘고비’를 거친다. 방위사업청(방사청)으로부터 납품 계약을 따내야 하고 해군의 부품 인수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합수단 수사 결과를 놓고 보면 업체들은 이 고비들을 ‘뇌물’의 힘으로 넘어섰다.

◇첫 번째 위크 포인트, 방위사업청과 군납업체 계약 과정=해군의 군수품 조달 사업은 우선 방사청이 진행한다. 방사청은 경쟁 입찰을 유도한 뒤 최저가로 투찰한 업체를 상대로 적격심사를 거쳐 최종 납품 계약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금품 로비가 시작된다. 비리에 취약한 첫 번째 위크 포인트다. 실제 군 장비 납품업체 H사는 통영함·소해함 건조 사업에 자사의 음파탐지기를 납품하기 위해 2010년 방사청 상륙함사업팀 소속 최모(47·구속기소) 전 중령에게 5억여원을 건넸다. H사는 적격심사도 받으려 하지 않았으며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으려고 했다. 최 중령은 H사의 요구를 전부 들어줬다. H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사업계획서를 몰래 변조해 ‘윗선’에 제출했다. 계약은 체결됐다. 영관급 장교 1명의 공문서 변조 행위로 ‘부적격 업체’와 수천억원대의 장비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당시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이었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감독 책임을 지고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두 번째 위크 포인트, 해군의 함정 인수 성능평가 과정=업체의 금품 로비가 있더라도 이를 적발하는 시스템이 촘촘히 마련돼 있다면 반복되는 사고를 피할 수 있다. 해군이 인수평가대를 꾸려 시운전 평가를 한 뒤 함정을 인수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비리가 있었던 정황이 합수단에 포착됐다. 예를 들어 해군 인수평가대장을 맡았던 임모 전 대령은 2007∼2009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손원일급(1800t급) 잠수함 3척의 성능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측의 청탁을 받고 편의를 봐 준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그는 잠수함의 핵심 성능인 잠항(潛航) 능력을 결정하는 연료전지의 성능이 군 요구 조건에 미달됐음에도 불구하고 ‘적격’ 판정을 내렸던 것으로 합수단은 보고 있다.

부품에 중대 결함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방사청이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사청은 해군의 성능평가에 대한 검토나 추가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물품을 해군에 인도한다. 해군 성능평가 담당자나 그 윗선이 뇌물을 받고 업체의 편의를 봐줄 경우 방사청이 부실 여부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STX그룹도 2008년 9∼12월 정옥근(63·구속기소)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7억7000만원의 로비를 해 다수의 결함이 발견됐던 자사의 함정과 엔진을 결국 해군에 납품했다. 군 최고위직 1명에게만 뇌물을 건네면 수천억원의 사업수주가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합수단은 조만간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 사건을 마무리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사청과 납품업체 사이의 계약 문제 개선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수사를 통해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파악했느냐 그리고 그것을 바꿔 나갈 수 있느냐로 합수단의 성과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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