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쓴소리 총리와 개방형 비서실장 기사의 사진
설 연휴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한 수 짚어줬다는 보도가 있었다. 언론에 따르면 JP는 이 총리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래도 여성이라 생각하는 게 남자들보다는 섬세하다. 절대로 거기에 저촉되는 말을 먼저 하지 말고 선행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훈수가 국민의 기대와 배치되는 내용이라면 이 총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임명돼 ‘소통’을 일성으로 내세운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어려운 청문회를 거치며 국민의 바람대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총리가 첫걸음을 하는 순간에 대통령이 싫어하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 JP의 훈수는 앞으로 총리의 앞날에 비바람이 될 것이다. 장관들이 국무회의에서 ‘적자생존’(생존하려면 적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함)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토론도 웃음도 없는 ‘흑자생존’(생존하려면 모니터의 검은 글씨만 읽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함)으로 바뀌고 있다는 농담이 생겨나는 시점에 국정원에서 자리를 옮겨온 신임 비서실장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렇게 하려고 여성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니다. 취임 초기에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과 맞먹는다는 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 후 우리는 3선 연임을 앞두고 제1야당인 사민당에 찾아가 17시간 동안 마라톤협상을 벌여 대연정을 이끌어낸 메르켈의 스타일과 한 시간짜리 맞춤형 신년 기자회견으로도 지지율이 크게 내려가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보았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타르야 할로넨의 경우도 그렇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사인 노키아의 침몰이 시작되던 시점에 대통령이 됨으로써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할로넨 대통령은 12년 집권 기간 동안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라는 국제지표를 올려놓고 80%의 지지를 받으며 퇴임했다. 학업성취도와 환경지수는 원래 이 나라의 자랑거리였지만, 국가청렴도와 국가경쟁력까지 1위로 오른 국력은 전적으로 할로넨 대통령의 공감능력에서 끌어올려진 것이라는 평가다. 그의 공감능력은 창조경제를 이끌어냈고, 국민들은 그에게 ‘엄마’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우리는 발전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조금 가진 사람이 아니라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이런 명언을 남기고 엊그제 세계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임했다. 5년 임기를 마친 그의 지지도는 65%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청빈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재임 중 국민 1인당 소득을 36%나 늘렸고 빈곤율을 크게 감소시켰다.

지구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이들 대통령의 공통점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공적으로 개방해 놓고 일했다는 점이다. 세월호 침몰 당일 문제가 된 대통령의 7시간을 ‘사생활 영역’이라며 해명하지 않고 차단시킨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밝히지 않는 영역이 많고, 만나지 않는 분야의 사람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신임 비서실장은 이런 폐쇄적인 청와대를 개방형으로 바꿔줬으면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만성 질환형 불황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설 연휴가 끼어있어도 소비와 투자가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어 한국경제가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신이 나지 않는 것이다. 폐쇄적 국가리더십으로는 이 국면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임순만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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