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性매매 수법은 날로 나는데 法은 사문화 위기… 특별법 11년, 과연 성매매 줄었나 기사의 사진
2004년 3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뒤 우리 사회에서 성을 사고파는 일은 과연 줄어들었을까. 초범인 성매수 남성들에게 실시된 성구매 방지교육(존스쿨) 통계만 놓고 보면 긍정적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존스쿨 시행 건수는 2009년 3만9631건에서 지난해 3223건으로 급감했다. 5년 만에 10분의 1 미만 수준으로 미미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성매매 행위의 근절 징표로 보긴 섣부르다. 검찰과 경찰이 “업주 검거에 단속 초점을 둔 결과일 뿐 성을 구매하려는 남성들의 의식은 여전하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시행 11년째로 접어든 성매매특별법 역시 성매매 업소의 진화, 수사의 고충, 성매매사범의 감소와 함께 간통죄처럼 점차 ‘사문화(死文化)’돼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성매매특별법은 간통죄에 이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여부를 심판받을 운명에 처해 있기도 하다.

◇성매수 남성, 줄어든 게 아니다=존스쿨은 강제가 아닌 동의에 따른 교육이며, 이수 시간이 2012년부터 ‘1일 8시간’에서 ‘2일 16시간’으로 확대된 점이 시행 건수 급감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전과로 남을 벌금형을 무릅쓰고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일부러 거부하는 숫자는 거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 앞에서 존스쿨 동의서를 쓰지 않는 성매수 남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그보다 “2010년부터 성매매 수법이 다양화되고, 성매매 업소 단속이 저조해졌다”는 점을 근본 이유로 제시한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직후부터 2009년까지는 경찰이 단속 실적 경쟁에 뛰어들면서 성매매사범의 입건도 증가 일로였다. 이후에는 수사 당국의 관심이 ‘4대악’ 등 다른 범죄로 옮겨가며 관련 단속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성매매 산업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첨단화·조직화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검찰이 재판에 넘긴 전국 성매매사범 수는 2009년 1만2279명이었지만 2013년 6548명으로 반토막 났다. 성매매를 오래 단속해온 검찰 관계자는 “수사력을 업주들에 집중하면서 무수한 성매수 남성의 입건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는 ‘함정수사’ 형태로 굳어진 수사 당국의 단속 한계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성매매 단속 현장에서 경찰관은 손님으로 위장해 업소에 잠입, 성관계 직전 성매매 여성을 적발한 뒤 알선 업주까지 검거하는 방식을 쓴다. 성매수 남성은 애초부터 단속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셈이기도 하다. 이 결과 성매매 사건 피의자들은 대개 업주 1명과 성매매 여성 1명, 종업원 1명 식으로 구성된다.

◇꺼지지 않는 성매매, 인식 전환 필요하다?=‘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의지를 보여도 실제 성매매 수사가 쉽지 않았다는 토로도 이어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성매매 업소에 카드결제 내역이 남은 남성들의 경우, 액수로는 성매매에 해당하는 거액이 지출됐더라도 ‘나는 안마를 두 번 받았을 뿐’이라고 잡아뗀다”고 말했다. 현장을 덮친다 해도 성매매 여성들이 콘돔 등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성매매는 거액의 현금이 끊임없이 도는 시장”이라며 “존스쿨을 통해 성매매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건 순진한 발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명백한 범죄인 성매매를 두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마저 서서히 고개를 드는 이유는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돈을 받고 성을 판 여성을 범죄자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그간 꾸준했다. 그래야 성매매 업주에 대한 폭로가 활성화되고, 본질적인 성매매 근절책이 된다는 명분도 제시됐다. 검찰 관계자는 “입법적 검토를 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관심은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내세워 최근 간통죄를 형법에서 지운 헌재에 쏠려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을 재판하던 중 성매매특벌법 벌칙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에 헌재는 이르면 다음 달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공개변론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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