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한국정부 유연성 있게 대처 못해 아쉬워” VS “한국 원칙 고수 전략 바람직” 기사의 사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지난해 8월 13일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 연대 집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올해로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았지만 악화된 양국 관계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0년을 반성하며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해 나가야 할 지금, 두 나라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최근 일본 전문가 두 사람을 만나 발전적인 양국 관계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두 전문가는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을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지만, 일본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향과 관련해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현재 한·일 관계를 어떻게 보나.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좋지 않다고 본다. 일단 한·일 관계가 악화된 일차적 원인은 물론 일본 측에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역사 인식이 지나치게 과거 회귀적이라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역사 문제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일본도 문제지만 한국정부 역시 유연성이 떨어지는 면이 아쉽다. 일본을 압박하고 고립시키려는 전략이 지나친 감이 있어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한·일 관계 개선은 전적으로 일본의 태도에 달렸다. 한·일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된 건 이명박정부 시절이다. 한국에선 정권교체 없이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 반면 일본에서는 보수적인 자민당 내에서도 매우 우익적인 아베 내각이 들어섰다.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논란을 일으켜 관계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 소장=굉장히 원칙주의적이다. 요약하자면, 일본이 선행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겠다, 참고 기다리면서 보겠다는 기조다. 물론 일본이 잘못하고 있어 그런 대응을 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일본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심스럽다. 당면 문제를 풀려는 제안을 하고 접점을 늘려갔으면 한다. 그런 유연성과 적극성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호사카 소장=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는 잘못됐다고 본다. 겉으론 서툴게 보일지 몰라도 잘해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원칙을 무시한 채 관계 정상화만을 추진하는 건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것과 같다. 위안부 문제 등 각종 첨예한 쟁점들이 우선 풀린 뒤에야 관계개선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아베 내각의 역사 왜곡 등 우경화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 소장=한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우경화로 보인다. 하지만 동북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달리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입장에선 ‘보통국가화’ ‘적극적 평화주의’ 등의 구호에서 의심할 만한 부분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특별한 역사적 경험을 배려해 잘 설명하고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도리어 양국을 한통속으로 몰아 적대시하는 인상을 준다.

△호사카 소장=아베 내각의 최종 목표는 결국 ‘평화헌법’ 개정이다. 헌법 개정을 위해 일본 국민 절반의 지지를 얻어야 하지만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헌법 개정을 원치 않는 기류가 남아 있다. 결국 역사 도발 등 잇따른 우경화 행보로 국내 여론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선 ‘자민당=우경화’ ‘민주당=역사반성’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옳다고 보나.

△호사카 소장=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위원 등 자민당 지도부에도 한국과 중국에 우호적인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자민당 내에 아베 총리만큼이나 우경화된 사람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외에는 별로 없다.

△박 소장=마찬가지다. 자민당에도 과거사에 절도 있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 눈에 띄는 인물은 문제 발언을 일삼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가장 눈에 띄다보니 일본 전체가 우경화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일본 정치인 전체가 오른쪽으로 간 게 아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섞였다.

-일본 내에 번지는 ‘혐한’ 기류에 대한 생각은.

△박 소장=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은 두 갈래다. ‘한·일 관계가 나빠졌으니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국이 요즘 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감이 공존한다. 다만 한국에 대해 반감을 갖더라도 그것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아베 내각 출범 이후 혐한 감정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일부 우익을 중심으로 ‘헤이트스피치’ 등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나타났다. 새로운 변수로 본다.

△호사카 소장=혐한 감정이 정권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NHK 회장에 우익 인사를 앉혀 일본정부 입장만 대변하게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여론 호도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한국과 중국을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책도 급속히 늘었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국을 비난하는 책도 출간됐다.

-한·일 수교가 양국 현대사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는가.

△박 소장=‘윈-윈’ 관계로 본다. 한국은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여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일본은 한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하지만 ‘이제 서로 클 만큼 컸으니 겨뤄보자’는 의식이 나타나고 있다. 의존 관계에서 평등한 관계로 발전함에 따라 수평적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 미래세대도 걱정이다. 과거에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한·일 관계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전후세대가 사회 중심에 서면서 이런 인식이 없어지고 있다. 윗세대가 잘 만든 한·일 관계를 다음세대에 잘 물려주는 것이 지금 세대의 책무다.

△호사카 소장=한·일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1965년 당시 두 나라가 맺은 약속을 되돌아볼 때다. 예를 들어 ‘한일기본조약’에는 한국에 대한 사죄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총리는 일본이 가해자로서 한국에 사과한다는 문서를 공식화했다. 북한 또한 일본과 수교를 하려고 하는데 한일기본조약을 참고할 점이 있다.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는 조약 2조다. ‘대한제국과 일본이 맺은 모든 조약은 무효다’라는 조항에 대한 해석이 지금도 엇갈리고 있다. 일본은 ‘당시 조약은 합법적이었으며 1945년에 무효화됐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해당 조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다’라고 주장한다. 정확한 논쟁이 필요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 한·일 국교정상화 50년 [기사 모두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