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 대사 테러] 김기종, 왜 흉기 휘둘렀나… 궁지 몰린 ‘외톨이 운동가’의 비열한 선택 기사의 사진
시민단체 ‘우리마당’의 김기종(55) 대표는 왜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했을까. 표면적으로 그는 “전쟁훈련 반대”를 외쳤다. 하지만 이면에는 실패한 시민운동가의 ‘악심(惡心)’이 놓여 있다는 게 주변의 증언이다. 김씨는 1980년대부터 다양한 활동을 보였지만 최근엔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려웠다. 독도지킴이 등의 활동은 ‘반짝 주목’을 받았으나 큰 영향력을 갖지는 못했다. 한 이웃이 “멀리서도 뛰어와 인사하곤 했다”고 기억하는 이 시민운동가는 점차 공개 행사에만 가면 ‘사고’를 치는 문제아로 변모했다. 사상 초유의 미국대사 습격은 궁지에 몰린 사회운동가가 벌인 최후의 발악에 가까웠다.

◇비어가는 주머니, 외면받는 활동=김씨는 후원금을 받아 우리마당 활동을 이어가고 사물놀이 마당패를 꾸려 직접 ‘행사’를 뛰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후원이 급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다섯 달째 월세를 못내는 등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씨가 서울 신촌(창천동)에 자리 잡은 건 20여년 전이다. 지금 세 들어 있는 주택에서만 15년을 혼자 살았다. 방 2개에 거실과 부엌이 딸린 18평짜리 집을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에 빌린 상태다. 미혼이고 오가는 가족도 없었다고 한다. 5일 그의 집 현관문에는 이곳이 우리마당 사무실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인쇄물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 8월 15일 그간의 활동을 담은 ‘독도와 우리 그리고 2010년’이라는 127쪽짜리 책을 내면서 생활은 한층 힘들어졌다. 15년간 꼬박꼬박 내던 월세를 이때부터 못 내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지난해부터 워낙 힘들어해 월세도 깎아주고 밥도 사주고 후원금도 내주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월세가 계속 밀려 “나가라”고 하자 김씨는 “갈 데가 없다”며 버텼다고 한다. 집주인은 석 달 전 김씨와 술을 마시며 고충을 들어주기도 했다. 그는 “강한 애국심을 경제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니 매일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

김씨의 우편함에는 등록면허세 체납액, 지방세 체납액, 건강보험료 체납액 고지서 등이 10여통 들어 있었다. 인근 식당 주인 김모(55)씨는 “상가번영회 등이 지역행사를 할 때마다 공연료를 받고 사물놀이를 하려 했으나 공연료가 비싼 편이라 잘 안 됐다”고 전했다.

우리마당을 비롯한 단체 활동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연이은 돌출행동이 발목을 잡았다.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한 회원은 “수차례 분신 시도를 하고 1년6개월간 입원하는 등 여러 일을 겪은 뒤 정신적 후유증을 겪는 것 같았다”며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과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20년 본거지 신촌의 외톨이=김씨는 1년 내내 개량한복 차림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늘 유인물이나 책자를 손에 든 채 혼자 다녔다고 한다. 같은 건물 1층에서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한 달에 한 번 4000원짜리 달걀 한 판을 사갈 때나 간단히 인사하는 정도였다. 20년을 보고 지냈지만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이번 명절에도 집에만 있었다. 평소엔 인스턴트식품으로 때우거나 식당에 혼자 밥 먹으러 다녔다”고 전했다.

한 이웃은 “폐지 모으는 할머니에게 박스도 자주 갖다드리던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이 지역 행사만 열리면 돌변하곤 해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독도향우회 박남근 수석부회장은 “김씨가 ‘시민운동에 몸 바쳤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언론에는 정치나 명예를 좇는 사람만 나오고 나처럼 순수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관심을 못 받는다’고 섭섭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양민철 정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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