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거창했던 ‘스마트 안심드림’ 이용자 달랑 2000명 기사의 사진
스마트 안심드림 애플리케이션 화면
서울의 중학생 A양(14)은 최근 학교 친구들에게 ‘카따’(카카오톡 따돌림)를 당했다. 사이가 안 좋은 친구 5명이 차례로 A양을 카카오톡 채팅방에 초대해선 심한 욕설과 함께 ‘자살하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A양이 채팅방을 나가면 5명이 돌아가며 다시 초대하곤 했다. 이른바 ‘카톡 감옥’을 만든 것이다.

여러 명이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에 욕설을 담아 한 친구에게 집중적으로 보내는 ‘떼카’도 청소년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국 중고생 3000명 중 6.2%가 이런 ‘사이버 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이 심각하다고 여긴 정부는 지난해 3월 제6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현장 중심 학교폭력대책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핵심은 자녀의 휴대전화에 학교폭력으로 의심되는 메시지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부모 휴대전화에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3억7800만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스마트 안심드림’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베타테스트를 거쳐 올 1월 1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막상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용실적이 저조한 데다 개인정보 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 서비스의 이용자는 현재 2000여명(다운로드 수 기준)에 불과하다. 현장 중심 정책을 통해 사이버 학교폭력을 무력화하리란 정부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 앱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우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아이폰은 사용 불가)을 사용하는 부모가 ‘스마트 안심드림’ 앱을 내려받는다. 자녀 스마트폰에도 함께 받아야 한다. 이어 ‘학부모 모드’를 실행하고 자녀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자녀 스마트폰에 유해 키워드가 담긴 문자·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될 때마다 부모에게 알림 메시지를 발송해준다. 유해 키워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설정한 1092개 단어다. ‘X발’ ‘X새끼’ 같은 욕설부터 ‘돈 가져’ ‘죽는’ 등 갈취·위협 용어까지 포함돼 있다.

이 앱에는 ‘자녀 고민 검색어’ 기능도 있다. 학교폭력 교우관계 성적문제 이성문제와 관련된 단어로 자녀가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검색을 할 경우 그 내역을 부모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가출’을 검색하면 검색일시와 함께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가 부모의 스마트폰에서 확인된다.

일단 학부모 반응은 좋다. 서울 강남구의 초등학교 학부모 B씨(36·여)는 “스마트폰에 상담실을 둔 것 같아 안심된다”며 “아이가 어떤 친구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돌발상황이 생길 때 바로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지인에게 학교폭력을 알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돕고, 부모가 자녀의 고민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이 서비스를 모르는 학부모나 학생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자녀의 학교생활을 감시하고 제한한다는 우려도 있다. 일단 등록하면 부모의 동의 없이는 앱을 지울 수 없다. 친한 친구끼리 장난처럼 보낸 문자도 그대로 부모에게 전달돼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서울 은평구의 중학생 C양(15)은 “친구들 사이의 비밀도 있는데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며 “편하게 문자를 주고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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