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佛 ‘원전과의 공존’ 두 기둥은 투명성·경제 활성화 기사의 사진
프랑스 북부 노르 지역의 그라블린 원전 배수구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2㏊ 규모의 양식장. 이 양식장은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이용해 한 해에 도미·농어·광어 2500t 정도를 생산해 12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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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통상 신규 건설을 추진할 때마다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게 된다. 수도권에서 원전이 가동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원전 산업에 뛰어든 프랑스는 달랐다. 50년 이상 원전과 함께한 프랑스는 원전을 주민들과 ‘격리’시키는 게 해법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프랑스가 원전과 공존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투명한 정보 공개다.

◇원전 온배수를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원전을 건설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도 원전 건설 과정에서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인다. 그러나 보조금 등의 지원은 일시적인 데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원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 경기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였다.

프랑스 북부 노르 지역의 그라블린 원전 주변엔 2㏊ 규모의 양식장이 있다. 발전소 배수구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한구역에 해당한다. 이 양식장은 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를 이용해 한 해에 도미·농어·광어 2500t 정도를 생산한다. 온배수가 양식장에 유입되면 물의 온도는 자연해수보다 11도 정도 높아지기 때문에 다른 양식장처럼 한겨울 기온이 떨어졌을 때 어류들이 동사하는 일이 없다. 한 해 매출액은 120억원 규모고, 4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보고 있다.

노르 지역이 원전을 통해 어업 분야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면 댐피에르 지역에 있는 원전은 농업 분야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댐피에르 원전 원자로에서 500m 정도 떨어진 농지로 초당 2t 정도의 온배수가 공급돼 흙의 온도를 높인다. 한겨울에도 꽃, 야채, 식물 등을 재배할 수 있다. 경작물에 직접 온배수를 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은 없다. 이 사업을 벌이는 사회적 기업 4곳은 무상으로 온배수를 공급받으며 매년 연료비의 70% 정도를 아끼는 대신 지역의 장애인을 우선 채용하는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남부 론 지방의 트리카스탱에는 한 해 평균 30만명 정도가 방문하는 유명한 악어농장이 있다. 이곳도 초기엔 원전의 온배수(섭씨 80도)를 난방에 활용했다. 원전 시스템이 변경되면서 현재는 인근 바이오매스 발전소(열분해한 식물이나 미생물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온수를 공급받고 있는데 예전보다 난방비용이 5배 정도 증가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지역에서 원전을 유치하게 되면 공사 과정에서 돈과 사람이 몰리지만 공사가 끝나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프랑스의 사례는 원전이 지속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소통으로 신뢰 쌓기=지역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원전과 공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프랑스는 정부, 전문가 단체, 민간기구 등 다양한 기관에서 원전 주변에 대한 환경 평가를 실시한다. 원자력안전청(ASN)은 한 해 10∼30번 정도 원전에 대한 불시 점검을 벌인다. 미세먼지, 토양, 식물, 지하수, 빗물뿐만 아니라 인근 목장에서 생산되는 우유까지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표본만 연간 2만여건에 이른다. 원전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검사 결과가 홈페이지나 신문에 공개된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다. 프랑스의 모든 원전에는 홍보관이 마련돼 있다. 원자력 에너지가 생산되는 과정과 안전 조치 등을 방문객들에게 설명한다. 복잡한 원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정보나 안전점검 활동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소식을 전한다. 언제든지 지역 주민들이 원전 관련 문의를 할 수 있도록 전화비용을 수신자 부담으로 전환했다.

파리=글·사진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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