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④ 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 정재훈 교수팀] 상담에서 정밀검사까지 원스톱 서비스 기사의 사진
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 정재훈 교수팀이 가장 효과적인 갑상선 암 치료법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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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이 곳에서 하루 분비되는 극미량의 갑상선호르몬이 기계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며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지배한다.

갑상선은 또한 우리 몸에서 혹(종양 혹은 결절)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장기이기도 하다. 전 인구의 5%가 목에서 손으로 만져지는 혹을 갖고 있으며 실제 검사를 해보면 이들 두 명중 약 한 명꼴로 갑상선 혹이 발견될 정도다.

물론 혹이 있다고 해서 모두 암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양성 종양이고 약 5%만이 갑상선암에 해당될 뿐이다.

갑상선암은 초기에 발견,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일반적 설명이다. 갑상선암은 크게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악성 림프종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90∼95%가 비교적 성질이 온순하고 진행도 느린 유두암과 여포암이다.

갑상선암의 경우 흔히 좋은 의사, 좋은 병원까지 찾았다면 걱정할 것도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갑상선암의 완치를 기대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은 조기발견 및 수술과 더불어 경험이 많은 의사와 좋은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센터장 정재훈·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런 점에서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국내 최고 수준의 클리닉 중 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기준 진료 환자 수가 연인원 5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중 갑상선 암 절제수술 환자 수는 연평균 약 800명이다.

정재훈(55) 교수는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지수(52) 교수를 선두로 김정한(49), 최준호(45) 교수팀의 경우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손기술이 섬세하고 정확하다”고 자랑했다.

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를 지키는 의료진은 이들 외에도 더 있다. 내과 쪽의 김선욱(49), 김태혁(36) 교수와 이비인후과 쪽의 백정환(58), 손영익(53), 정한신(48), 정만기(43) 교수팀이 가담하고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에서도 수시로 지원하는 체제다.

갑상선암의 치료 방법이나 순서 등은 전 세계가 표준화 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재발위험을 얼마나 줄이느냐는 문제일 것이다. 환자 입장에선 병의 진행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의사를 만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는 타 병원 암센터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다른 병원에선 갑상선암 환자를 암병원, 또는 암센터에서 돌본다. 하지만 이곳은 갑상선암과 부인암 환자만큼은 암센터에서 분리, 본원에서 따로 진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누구든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우울해지기 쉽다. 미래의 삶이 불투명하고 그만큼 불안감이 커서다.

정 교수는 “완치를 기대해도 좋은 갑상선암 환자들이 불치 또는 난치 가능성이 높은 다른 암 환자들을 보고 더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돼 이 진료체제를 구축하게 됐고 환자들도 아주 만족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재 정 교수팀의 갑상선 암 환자 10년 평균 생존율은 90∼95%에 이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율이다. 정 교수는 “진료 시 다른 암 환자들과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고 그 결과 치료 반응도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둘째, 암 환자를 일반 갑상선질환자와 분리 진료하기 위해 갑상선종양클리닉을 운영한다. 이 클리닉은 주로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의뢰한 환자만 본다. 따라서 어디서든 암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단순히 혹이 만져진다는 이유만으론 이 클리닉을 이용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갑상선종양클리닉에선 상담 진료와 확진을 위한 정밀검사까지 전 진료 과정이 당일 원스톱 서비스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암 유전자 검사를 상설화했다. 갑상선암의 경우 유전자 검사로 발암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병원에서 갑상선암 유전자 검사를 보편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정 교수팀은 소수이긴 해도 악성도와 재발 위험이 높은 갑상선암을 선별하기 위해 암 유전자 검사를 상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암 환자에겐 필요 없다 해도 해당 암 환자에겐 자칫 진단이 늦어질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화질 초음파 및 세침 흡인 검사 상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갑상선 유두암을 최종 확인하고자 할 때 꼭 필요한 BRAF 돌연변이 유전자 선별검사다. 정 교수는 이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암세포가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단계에서도 유두암 확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갑상선센터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패스트(FAST)클리닉이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려 진단 후 몇 달 뒤 수술한다 해도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일부 암은 성질이 아주 고약해 한시가 급한 경우가 있다. 악성도가 높은 미분화암, 재발암, 원격전이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 교수팀은 이들에게 어김없이 응급환자와 같이 중환자 우선 신속진료 원칙을 적용해 많은 생명을 살려내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여의도고교(1979)와 서울대 의대(1985)를 거쳐 199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에서 21년째 갑상선 환자들만 돌본다.

국내에서 순수하게 갑상선학만 전공하는 몇 안 되는 임상의사 중 한 사람이다. 또한 국내선 처음으로 혈청 칼시토닌 측정 및 암 유전자 검사를 도입하는 등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에 새 지평을 개척해 온 이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이야 갑상선질환 명의로 정평이 나 있지만 그는 사실 의대생 시절 내과보다는 신경외과 쪽 의사가 되기를 더 바랐다고 한다. 정 교수는 “육군 군의관 만기 제대 후 돌아오니 마침 빈자리가 갑상선 분야 밖에 없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분비내과를 주 전공으로 삼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0∼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 및 오하이오대에서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갑상선학의 최신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공부했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과 진료의뢰센터장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내분비대사내과장겸 갑상선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한내분비학회 윤리이사(2013∼2014)와 대한갑상선학회 총무·기획이사(2005∼2010)를 거쳐 2011년부터 4년째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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