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종빈]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 기사의 사진
정치권이 졸속으로 밀어붙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은 탄생 1주일도 못돼 대한변호사협회의 헌법소원에 직면했다. 김영란법은 세월호 참사 이후 민낯을 드러낸 ‘관피아’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국가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로 법의 권위와 취지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말았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간단명료하다. 오랜 세월 만연한 공직사회의 적폐를 도려내자는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과 사립학교 종사자까지 대상이 되었다. 과도한 민간 규제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뒤늦게 보완을 외치고 있는데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로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원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회는 입법권은 남용하면서 특권과 기득권 내려놓기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2002년 대선의 불법 정치자금 지탄 여론에 떠밀려 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2004년 지구당과 후원회 개최를 폐지했다. ‘돈 먹는 하마’로 각종 비리의 온상이었던 지구당을 폐지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어떻게 저비용 고효율의 풀뿌리 정당 조직을 정착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정치권은 다시 지구당 부활만을 외칠 뿐 지구당이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선거운동 조직으로 변질된 것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아무런 대안 제시가 없다.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의 온상이었던 후원회 개최를 폐지했지만 출판기념회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데 출판기념회 금지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하고도 실제로 통과시킬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18대 국회 막판인 2012년 5월, 일명 ‘몸싸움방지법’인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다수당임에도 수적 우위를 활용해 마음대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자 각종 방법을 동원해 수정에 나서고 있다. 여론에 떠밀려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입법권을 남용해 통과시킨 후 이제야 수정 운운하고 있다. 물론 부분적인 개정이 필요하지만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19대 국회 내에서 몸싸움과 폭력은 사라졌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19대 국회의 다수당이 될지 몰랐던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자 기득권 복원에 집착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의 부정청탁 처벌에서 제외되었다. 선출직 공무원은 예외적으로 이해관계자가 민원을 전달해도 공익의 목적이면 허용된다. 정치후원금은 정치자금법에 의해 보장된다는 논리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도 국회개혁자문위원회가 작년 5개월 동안 논의한 결과물인 국회개혁 관련 개정안들은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궁색한 이유로 국회 운영위에서 심의를 미루고 있다. 개혁안은 방탄 국회를 막기 위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축소, 일하는 국회 정착을 위한 국회 상시 개원,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에 대한 신속처리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은 작년 말에 보수혁신위원회 주도로 출판기념회 금지, 회의 불출석 시 수당 지급 금지, 체육 단체장 등 겸직 불허 등에 관한 개정안을 떠들썩하게 발의하고도 상임위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 과잉입법은 부실한 법률을 양산해 행정입법의 과잉을 초래한다. 행정 현장에서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이유다. 또한 위헌 요소와 모호한 법률의 해석이 필요해 헌법재판소와 사법부 및 검찰의 개입을 초래한다. 국회의 입법권 남용은 입법권을 포기하는 꼴이다. 기득권 사수에만 혈안이 된 우리 국회의 민낯이 부끄럽기만 하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 (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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