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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박용천] 테러와 심리적 응급처치

[청사초롱-박용천] 테러와 심리적 응급처치 기사의 사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우리나라에서 습격을 받았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 출신 교포가 총기난사를 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한국인이 그런 끔직한 사건을 저질렀으니 마치 내 친척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외국인을 만나기도 민망하였다. 이러한 마음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미국 시민인 아시아계 출신이 저지른 미국 내의 사건인데 왜 한국 사람들이 미안해할까 하며 그럴 필요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번 사건도 우리 정서로는 미안하기 짝이 없다. 예로부터 우리는 손님에 대한 깍듯한 대접을 예절로 생각해왔는데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상대국이 미국이 아니라 어느 나라였더라도 우리는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다. 당사국인 미국에서는 한국인 전체가 아닌 특수한 어느 한 사람이 벌인 행동으로 생각해주니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된다. 한편 이런 와중에서도 리퍼트 대사가 보여준 침착함과 대범함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리퍼트 대사 ‘외상후 성장’ 기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명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미국 대사의 언행을 보면 앞으로 그런 정신적 후유증을 겪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보통 우리는 죽을 뻔한 끔찍한 사건을 당하면 정신적으로 병을 앓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위기상황을 겪더라도 잘 이겨내 오뚝이처럼 잠시 흔들리더라도 곧 제 위치를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외상후 성장이라는 현상도 있다고 한다.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인데 정신적 외상을 당한 후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욱 성장해 친구나 가족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하게 됨으로써 그들과의 관계가 강화되고, 자신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생겨 지혜와 강건함, 감사함을 알게 되고, 인생에 대한 철학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미국 대사가 빨리 회복하여 정신적으로도 더욱 성장한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재난에 대한 신속한 대처 능력 키워야

그런데 이러한 재난은 앞으로 계속 생길 것이고, 대규모로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테러, 자연재해, 인재로 인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신적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응급처치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즉 미리 훈련된 심리적 응급대응팀이 신속하게 투입돼 재난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심리적 응급처치는 기본적으로 재난 대응팀이 어린이나 가족, 어른들에 대한 초기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심리적 응급처치의 기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애정 어린 태도로 신체적·정서적 위안을 제공해 즉각적이고 지속되는 안전을 강화시킨다. 정서적으로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피해자들이 차분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준다. 그들로 하여금 필요한 것과 궁금한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실질적인 도움과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가능한 한 빨리 가족이나 친구, 지역사회 도우미 등 사회적 지지 연락망과 연결토록 한다. 다시말해 회복할 때 피해자 스스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돕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 등이 기본 활동의 내용이다.

세월호 사건 후 설립된 트라우마센터의 역할은 단순히 후유증의 해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재난에 대한 신속한 대처라는 예방적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이후의 정황을 보면서 새삼 재난에 대한 심리적 응급처치의 필요성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박용천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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