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정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한 우려 기사의 사진
지난 2년간 정부의 경제 활성화 대책이 좀처럼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치권은 새로운 돌파구로서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론을 연일 거론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최저임금의 파격 인상을 예고하는 한편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촉구하고 있다. 모처럼 정치권과 정부가 한목소리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를 통해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소득주도로 성장을 이룬다는 주장은 비교적 생소한 가설이다. 이는 최근 2013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서 주장된 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인데 임금 상승이 소비를 진작시켜 총수요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 투자를 촉진해 고용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최근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한 논쟁거리로 떠오르는 점도 이 가설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경기부양과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기업생태계 측면에서 미국 일본 독일 등과 우리나라는 상당히 다르다. 통계청의 2012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 중 71%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95%가 100인 미만 사업체에) 분포돼 있다고 한다. 다시 얘기해서 대부분의 최저임금 근로자는 영세 규모 사업체 또는 소기업에 속해 있으므로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수익성이 낮고 충격흡수 여력이 없는 이들 소기업들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저소득층의 임금 인상으로 전체 소비가 늘 수도 있겠지만 임금 인상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더 받을 소기업에 그 혜택이 비례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미 심각한 수준의 대·중소기업 간 성과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임금 인상이 성장을 주도한다는 연구는 매우 드물며 그 논리적 연결고리가 제대로 입증된 바가 없다. ILO의 분석도 다수의 희망 섞인 가정에 의존하고 있고 심지어 ILO 주장의 근거가 되는 논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에는 임금 인상이 경쟁력 약화, 수익성 악화, 투자 감소를 초래해 고용과 노동생산성 증가를 둔화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ILO나 관련 연구들은 무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론과 실증이 불확실한 주장을 근거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셋째,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임금 증가율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생산성본부가 분석한 통계청의 광업제조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0∼2012년 기간 제조업 근로자의 명목임금은 연간 6.5% 오른 반면 명목노동생산성 증가율은 5.9%여서 임금 상승이 노동생산성 증가에 비해 낮았다고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경우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이처럼 임금 인상을 통한 경기부양과 소득주도형 성장의 근거는 약하다. 저소득층의 임금을 올리려는 이유가 빈곤퇴치와 소득분배 개선에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성장을 견인하려는 데 있다면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이 필요하다면 기업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근로장려세제 확대, 실업보험급여 확대 등 정부정책에 의한 저소득층 배려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속성장과 고용창출은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규제개혁과 혁신역량 및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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