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금리결정에 정답이 있겠냐마는 기사의 사진
시중금리의 바탕이 되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한다. 정확히 말하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독자 권한이다. 이는 한은의 설립 근거 등을 규정한 한국은행법에 명시돼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라는 수단을 통해 설립 목적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기능, 즉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한때 외환관리 및 은행 감독권까지 가졌지만 한은법이 개정되면서 모두 없어졌다. 기준금리 결정권은 지금 한은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실제적인 힘이다. 옛 재무부, 재정경제원 등 한국경제를 주물렀던 막강 부처의 관료들도 금리에 관해서는 가급적 말을 삼갔다. 재정정책과 엇박자를 내더라도 직접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통화정책 최고 기관인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했던 것이다.

요즘 한은의 처지가 참 딱하다.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속된말로 ‘입 달린 사람은 모두 한마디 하는’ 형국이다. 기획재정부 장·차관은 물론 청와대와 정치인들까지 공개적으로 한은을 나무란다. 이미 한은 팔을 비틀어 작년에만 두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힘을 보여서인지 스스럼이 없다. 한은 입장에서야 부글부글 끓을 노릇이다.

기준금리는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있고 그냥 둘 수도 있다. 최근 경기여건에 대한 관점도 ‘인하’와 ‘동결’이 팽팽히 맞선다. 내려야 한다는 쪽은 디플레이션 조짐이 전개되는 마당에 경기진작을 위한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들이 통화완화 조치를 펴는데 우리만 그냥 있으면 원화 절상에 따른 손해가 크다고도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십조원이 풀렸음에도 경기가 살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는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활용해봤자 효과가 적고 후유증만 크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계부채다. 작년 말 현재 1089조원을 돌파한 가계 빚은 올 들어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인사청문회에서 “금융위의 첫 번째 리스크 요인이 가계부채”라고 할 만큼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내려야 할지 여부는 통화 당국의 판단에 달렸다. 한은은 금리인하를 내켜하지 않는다. 금리를 내려도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의 증가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뇌관에 이상이 생겨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금융안정’ 의무가 있는 한은이 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게 여긴다. 오는 6∼9월로 예상된 미국의 금리 인상 시 요동칠 세계 금융시장 변수에 대비하는 것도 한은의 몫이다. 이번에 금리를 내리고 몇 달 안돼 다시 금리를 올려야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중앙은행이라고 본연의 역할만 주창할 수는 없다. 재정과 통화는 결국 나라경제를 지지하는 보완적 관계다. 문제는 통화정책의 근간이 훼손될 정도로 외부의 힘이 지나치게 강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가족 구성원에 비유하면 한은은 엄마다. 빠듯한 수입에도 빚없이 살기 위해 늘 요모조모 따지며 살림을 도모한다. 아껴 쓰라는 잔소리가 입에 붙었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식구들은 고마워하지만 엄마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한은은 살림을 못한다고 나무라는 가장의 눈치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는 엄마 같다.

3월 금통위가 12일 열린다. 이번에 금리를 내리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로 진입한다. 자산시장은 물론 외환시장 나아가 한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한은의 고민은 깊다. 그러나 아무래도 두 손 들 것 같다. 그도 아니면 최소한 다음 금통위 때의 인하 가능성 신호라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밀어붙이는 금리인하의 후폭풍이 걱정스럽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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