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향기-염성덕] 박원순 시장이 결단하라 기사의 사진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929정거장 명칭을 ‘봉은사역’으로 결정한 데 대해 기독교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929정거장이 관내에 있는 서울 강남구교구협의회를 비롯해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까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독교계는 “929정거장이 들어서는 코엑스 일대는 글로벌의 상징이고, 서울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의 사찰명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자 종교 편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강남구교구협의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봉은사역명 개정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봉은사역명 사용금지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을 내기로 한 것이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강남구교구협의회의 법적 대응을 적극 지원하고 역명 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울시의 행정 지침과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라인 투표서 코엑스역 압승

기독교계가 봉은사역명을 반대하게 된 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과거 행적과 취임 후 언행이 상당한 빌미를 제공했다. 박 시장이 시민단체 대표 시절 봉은사 미래위원장으로 활약했고, 특별법회 인도를 포함해 다양한 불교 관련 일을 했으며, 시장 신분으로 봉은사 주지 원학 승려를 면담한 자리에서 원학 승려가 ‘봉은사역으로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할 만큼 심도 있게 대화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교계는 기독교계의 입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퇴휴 상임대표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독교계를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기독교계의 봉은사역명 변경 요구를 ‘몰지각에서 온 잘못된 생각’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우려스러운 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소위 이슬람 무장단체라고 하는 IS(이슬람국가)의 문화재 파괴 행위와 다를 바 없지 않느냐, 이런 우려, 이런 생각이 언뜻 겹치는 게 아마도 기우만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타당한 논리와 근거를 갖춘 기독교계의 봉은사역명 변경 요구를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IS의 만행에 비유한 것이다. 퇴휴 상임대표의 그릇된 현실인식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고, 그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시장은 행정가이면서 정치인이다. 과거 서울 종로구가 정치1번지였다면, 지금은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서울이 정치1번지다.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에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서울시장 자리는 청와대로 가는 교두보로 떠오를 만큼 정치적 상징성이 커졌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에 있는 박 시장은 통합·소통의 정치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지역·세대·이념·남남·남북 갈등과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많은 이들을 보듬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은 民意 받아들여야

박 시장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트’의 온라인 투표 결과에 유념해야 한다. 네이트가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종교 편향 논란…당신의 의견은’이란 제목으로 실시한 온라인 투표 결과 ‘가깝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코엑스역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55%로,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봉은사역으로 해야 한다’(45%)보다 10% 포인트나 많았다. 자유롭게 실시된 온라인 투표에서 10% 포인트의 격차는 봉은사역명에 문제가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이 투표 결과는 민의(民意)로 봐야 한다.

박 시장에게 바란다. 논란이 예상되는 역명은 채택하지 말아야 하고, 설사 채택했더라도 민의 왜곡이 드러나면 변경하는 것이 정치인의 정도다. 박 시장이 더 큰 정치를 구상하고 있다면 통합·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쯤에서 박 시장이 결단해야 한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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