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오에 겐자부로 “日 우경화 행보 막고 평화 지키려  60년 가까이 써 온 소설 이젠 절필” 기사의 사진
일본 원로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나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80)가 보다 실천적인 지식인으로서의 행보를 위해 소설은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13일 선언했다.

그는 장편 ‘익사’(2009년 작·문학동네)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대부터 60년 가까이 소설을 써왔지만 소설은 이제 그만 쓰겠다. 앞으로 평화문제, 삶의 문제 등에 대해 쓰며 평화를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원로작가가 평생의 존재 방식이었던 소설까지 포기하며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등의 르포를 통해 사회·국제적 문제를 지적해 왔다.

신작 ‘익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판한 소설이기도 하다.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연극배우 우나이코는 17세 때 일본 우익의 사회지도층 인물인 큰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곳이 하필이면 야스쿠니 신사다. 그는 “일본 여성들은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남성들의 폭력에 쉽게 노출돼 있다. 종군 위안부 문제도 따지고 보면 천황제를 기반으로 한 군국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벌인 전쟁에서 군인들을 위한 여성의 역할로서 부여된 게 위안부였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위안부 문제와 연결된다”며 “그런 구조를 만든 일본의 후진성을 인정하고, 이젠 국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충분히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사’는 작가가 9세 때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해 처음이자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 아버지는 2차대전 말기 ‘천황궁’을 자폭하려다가 익사한다. 천황숭배 인물이었는데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이 같은 일을 꾸몄다. 그는 “패전 이후 전체주의적인 근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잘못된 태도를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잘못된 폭력적 남성문화를 치유하는 주체로 여성을 부각시킨다. 우나이코는 성폭력의 희생자이면서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고기토’의 문학적 좌절을 보듬어주는 협력자로 등장한다. 지금까지 국가를 둘러싼 논의에서 여성들은 배제돼 왔고 그래서 오히려 비판적인 시점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아울러 한국작가 황석영을 극찬했다. 예전에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황 작가를 거명하기도 했던 그는 “황 선생의 소설은 개인의 내면을 그리면서도 사회적으로 이어져있다. 한국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를 알게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작품 세계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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