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풀·꽃·나무 친해지기

[풀·꽃·나무 친해지기] (11) 농부의 풀, 냉이

[풀·꽃·나무 친해지기] (11) 농부의 풀, 냉이 기사의 사진
냉이. 필자 제공
봄이 되면 하루 종일 쑥을 뜯거나 냉이를 캐는 게 일이었던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된장을 풀어 끓인 냉잇국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맞이 음식이기도 하다.

냉이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풀이고 즐겨 먹는 나물이지만 들판이나 밭둑의 풀 속에서 냉이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냉이는 방석 모양으로 땅에 납작 엎드려 겨울을 나는 식물로 뿌리에서 난 잎(뿌리잎)의 모양이 민들레, 뽀리뱅이, 지칭개의 그것과 흡사하다. 이들은 다 같은 생태를 가진 로제트 식물이다. 꽃대가 자라기 시작하면 쉽게 구별이 되지만 그때가 되면 나물로 먹기엔 늦었다.

냉이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잎을 뜯었을 때 흰 즙액이 나오는지 여부다. 민들레와 뽀리뱅이는 흰 즙액이 나오고 냉이는 나오지 않는다. 또 지칭개잎은 냉이와 달리 잎 뒷면에 솜털이 빽빽해 흰빛을 띤다.

냉이의 원산지는 유럽이지만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 어디서나 자란다. ‘농부를 따라다니는 식물’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밭농사가 이뤄지는 곳이면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냉이는 우선 농부들이 신경을 써서 뽑아버리기엔 덩치가 너무 작다. 또 이른 봄 꽃피고 열매를 맺은 뒤 여름이 오기 전에 말라 죽는다. 그리고 매우 작은 열매는 농부의 장화나 경운기 바퀴에 낀 흙에 묻어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이면 싹이 돋는다. 이런 생태적 특징이 냉이를 지구상에 널리 퍼질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냉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농경이 시작된 것이 아무리 늦게 잡아도 청동기시대(기원전 1500년∼기원전 300년))부터이니 불교와 함께 들어온 무나 고려시대에 이름이 처음 나오는 배추보다 더 오래전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민족이 먹기 시작한 나물 중 역사가 제일 오래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