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해상 헬기 추락] 헬기 이착륙 시설 부실… 유도등 없었다 기사의 사진
해경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14일 수색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흘째 수색작업을 벌인 15일에도 3명의 실종자와 동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경헬기 추락사고를 계기로 섬 지역 응급헬기 이착륙을 위한 유도등 설치 등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가거도는 헬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은 물론 유도등도 없는 상태였다. 섬 지역 방파제에서는 관제소와 교신 없이 주민 수신호 등 도움을 받아 착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과 같은 유도 장비가 갖춰져야 하는데 가거도나 일부 섬은 그런 시설이 없다. 조종사가 육안으로만 상황을 파악해 착륙을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섬 지역은 항상 헬기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남도는 거리상의 이유로 그동안 응급헬기 수혜지역에서 제외됐던 가거도와 홍도에도 올해 안에 닥터헬기를 운항하기로 했다.

사고 사흘째인 15일 해경 함정 25척과 해군함정 4척 등 총 45척이 사고 해역에 대한 수색을 벌였으나 최·백 경위와 장 순경 등 실종자 3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바닷속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 헬기의 동체를 찾기 위해 음파탐지기(sonar)를 탑재한 강진함과 양양함이 수중탐색을 실시하고 있으며, 청해진함이 무인잠수정 투입과 동체 발견 시 인양을 위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서해해경본부는 추락한 헬기 위치 신호가 추락 3분 전부터 끊긴 것이 사고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서해해경본부는 14일 브리핑에서 “헬기 자동위치식별장치(AIS) 신호가 사고 당일 오후 8시24분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마지막으로 잡혔으며 그 위치는 가거도 남쪽 3.5마일 해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헬기는 3분 후인 8시27분 해상에 추락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위치 송출이 끊기고 나서 추락 때까지 3분 정도 헬기에 무슨 이상이 생겼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슬픔을 더하고 있다. 헬기 추락 2시간여 만에 발견된 정비사 박근수(29) 경장은 사귀던 여자친구와 올해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아버지를 잃은 박 경장은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셔 온 효자로 알려졌다. 그는 사고 당일 어머니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웃음을 보이며 집을 나섰다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1남6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가족 사랑을 독차지하며 성장해 2013년 4월 해경에 투신한 응급구조사 장용훈(29) 순경은 항공단에서도 막내였지만 구조사의 자부심과 긍지, 책임감이 남달랐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심해 잠수사들의 응급의료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든든한 동료이자 응급구조사인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린 뒤 돌을 넘긴 아들을 두고 있는 가장이다.

기장인 최승호(52) 경위는 조종사로만 29년 근무한 베테랑으로 한 달 전 서해해경본부 항공단으로 발령받아 섬 지역 응급환자 이송과 구조 등의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왔다.

부기장 백동흠(46) 경위는 늘 동료들에게 노고의 인사를 먼저 전하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이고 서해 해역 상황에 매우 밝아 운항에 큰 도움을 준 최고 베테랑이었다고 동료는 말했다.

신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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