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김용희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권역별 비례대표·석패율제 도입, 올해가 절호의 기회” 기사의 사진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전 국민적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김 총장은 "2004년 선거제도 혁신도 국민의 압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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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척도는 그 나라의 선거문화에 비례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선거 과정의 투명성 및 다원주의 존중,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문화, 시민의 자유 5개 범주로 구분해 '민주주의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2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20위)에 이어 2위다. 과거에 비해 선거 풍토가 깨끗해진 것은 분명하나 여기에 만족할 순 없다. 타락과 불법으로 얼룩진 지난 3·11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보듯 우리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사상 첫 동시 조합장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선거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과천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사무총장은 올해를 '돈 선거 척결 원년'으로 선포하고 인사제도 혁신 등을 통한 제2의 선관위 창설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은 선거가 없는 올해가 절호의 기회"라며 전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

“취임하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밖에서 보는 선관위 위상은 많이 변했는데 정작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내부의 노력이 있었느냐는 것이 하나다. 나는 취임사에서 ‘인사제도 혁신을 말하면서 외부 채용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진통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내 뜻을 이해해 안정을 찾았다. 둘째는 정치제도를 개혁하려면 금년이 절호의 기회다. 선거가 없는 해이고 이번 기회 놓치면 상당 기간 깊숙한 논의가 어렵다.”



-올해를 돈 선거 척결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으나 동시 조합장 선거운동 과정은 돈 선거로 얼룩졌다.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가 아니다. 공직선거의 매표행위는 거의 사라졌다. 선거 매수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분야가 각종 단체 임원 선거다. 잘못된 조합 대표가 나오면 조합도 부실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그래서 조합장 선거도 선관위가 맡아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올해 처음 동시 조합장 선거를 하게 됐다.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홍보 욕구로 인한 탈법은 대부분 관대하게 조치했으나 돈 문제만은 철저하게 고발하는 무관용 원칙을 세웠다. 그러다보니 단속 건수가 많아졌다. 이번 선거는 깨끗한 선거로 가는 과정에서의 어쩔 수 없는 진통이다. 앞으로 한두 번 선거를 더 치르면 조합장 선거도 공직선거같이 맑아질 것이다.”



-유권자 중심의 선거를 강조한 배경은.

“우리나라 선거법은 규제 위주로 돼 있어 선거운동의 자유가 많이 제한된다. 선거제도는 크게 공정과 자유를 지향한다. 극단적 선거운동의 자유 사례가 미국인데 미국은 선거운동 비용, 기간, 방법에 거의 제한이 없다. 이처럼 완전 자유로 갔을 땐 불공정 문제가 생긴다. 돈 많은 사람이 정치를 지배하고, 정치권력이 돈에 굴복하는 행태가 나타난다. 그래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비용이 두세 배 증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공정은 곧 규제다. 선거비용은 물론 방법, 기간도 제한한다.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규제완화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가 강조돼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상당 부분 풀렸으나 오프라인 선거운동의 자유는 아직 제약이 많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유권자들은 자신의 차나 집 창문에 어느 후보나 당을 지지한다거나 반대하는 표시를 못한다. 또 지지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는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된다. 유권자가 의사결정을 했으면 이를 타인에게 전파하는 것이 자유로워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성명 발표나 가두행진, 지지 행동 등 전파 과정에 제약이 많다.”



-최근 국회에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 의견을 낸 취지는.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이 일치하는 데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도에선 소수 의견이 사장된다. 40% 득표율로 50% 넘는 의석점유율을 차지하는 경우도 생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지역으로 나눠 명부를 만드는 것으로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제도를 통해 지역주의를 개선하려면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행 제도는 양당제 형태로 흘러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극단으로 치달아 정치가 마비되는 경우가 잦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적절하게 결합하자는 취지다. 두 개의 거대 정당이 나타나고 중간지점에 군소정당이 배치되는 형태로 정국 편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책연합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정치가 보다 유연해진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반응은 소극적이다. 국회에서 수용할 것으로 보는가.

“국민 여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4년에 대대적인 정치관계법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국민 여론이었다. 국민들이 정당을 압박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혁 성향 의원들이 힘을 결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완전국민경선제로 정당의 공직 후보를 선출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는데.

“도입되더라도 일정 부분 정당의 몫이 있어야 한다. 내부 공천심사 기준 없이 누구든지 자유롭게 지역구에 나간다고 할 경우 국민들이 알 수 없는 후보자들의 자격요건 등은 누가 걸러주나. 정당 내부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돼야 무자격 후보를 일차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 정당이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한 뒤 지역구에 내보내 주민들의 선택을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용이 만만찮게 들고 본선거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정당이 국민 의사를 반영해 후보를 공천하고 싶어도 제도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우리는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활용 여부는 정당이 판단할 문제다. 국민경선 비용은 본선거의 10분의 1 수준인 3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비용을 들여 국민경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은 영호남이다. 이곳은 유권자의 선택 폭이 거의 없다. 이런 경우 정당이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해 경선에 내보내면 유권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단 다수 정당이 참여해야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정당만 할 경우 역선택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선출된 후보들의 결과가 좋다. 제도를 만들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폐지한 지구당을 부활하자는 것이 시대 흐름에 맞는다고 보는가.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원내·원외의 균등원칙이 사라졌다. 과거엔 원외 위원장도 현역의원들과 똑같이 정치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제대로 하려면 의원 후원금도 없애야 한다. 현재 지역에 가면 현역의원만 있지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에는 여야가 있어 정치가 있지만 지역에는 정치가 없다. 정치는 정적이 있어야 한다. 내가 알기론 ‘지구당을 두지 말라’는 법은 지구상에 없다. 두지 못하게 하는 불합리를 없애자는 것이지 ‘두라’고 강제하자는 게 아니다. 지구당을 두지 말라는 것은 헌법정신에 반할 뿐더러 국제 시각에서 보더라도 굉장히 우습다. 현역의원들이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무실은 과거의 지구당과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원외에 대해선 그런 기회를 안 주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후원금 상한액을 인상하고 단체와 법인의 정치자금 기탁을 허용하자고 했다. 그러면 정치가 깨끗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후원금을 제한하는 것이 정치를 깨끗하게 하고 돈을 적게 쓰는 것인가, 돈의 흐름을 보다 투명하게 하는 것이 돈을 적게 쓰고 정치를 깨끗하게 하는 것인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조(兆) 단위 불법 선거할 땐 비용 제한이 없었나. 정치자금이 들어가야만 되는 선거토양을 바꾸고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보장되면 능력에 따라 후원금을 거둘 수 있게 인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현실을 도외시한 채 억지로 묶어놓고 돈 흐름을 알 수 없게 간다면 정치부패를 막지 못한다. 정치인을 다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것이다. 현 제도는 투명성이 굉장히 미약하다. 돈의 흐름을 유권자가 투명하게 볼 수 있으면 그 범위 내에서 대가성 여부는 묻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대가성 없는 후원금이 어디 있나. 대가성 있는 돈을 받는데 그 꼬리표가 어디 붙어 있는지 국민들이 알게 하자는 것이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안타깝다. 기술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선거문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전자투표제를 하면 유권자의 투표 편익성은 현격하게 좋아지는데 그에 따른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가 나타난다. 디지털에 친숙한 사람들은 이용하기 편한데 반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불편하다. 이 때문에 지지 계층을 달리하는 정당들 간 견해차로 도입이 좌절됐다. 해킹이나 프로그램 조작 등의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해킹 위험은 단연코 없다. 우리 방식은 통신연결 방식이 아니라 독립 방식이다. 통신선이 없는데 어떻게 해킹이 가능하나. 해킹이나 프로그램 조작 가능성은 핑계일 뿐이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극복하지 못하면 당분간 도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회적으로 투표용지 발급기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전국을 망으로 연결해 사전투표 처음 실시했다. 전자투표를 하는 이유는 투개표를 보다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투개표 과정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진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제도나 시스템이 있다면.

“독일식 정당명부제다. 독일의 경우 소선거구제로 뽑는 의원수와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수가 정확히 1대 1이다. 우리는 2대 1로 맞추려 하고 있다. 독일만큼 가야 한다. 하드웨어 면에서는 우리가 우수하다. 우리의 전자 투개표 개념 설계를 오히려 미국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 우리의 선거관리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용희 사무총장은 30년 선거 관련 업무… 선거법제 전문가

김용희(58) 사무총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30년 가까이 선거국장, 전자선거추진단장, 정당지원국장, 선거실장, 사무차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줄곧 선거제도 관련 업무를 맡은 선거법제 전문가다. 지금까지 대선 5차례, 총선 7차례, 지방선거 6차례에 이어 지난 11일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도 무사히 치렀다.

지난해 11월 21일 취임한 그의 목표는 돈 선거를 없애고 유권자 중심의 선거를 만드는 데 있다.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어쩌면 그의 재임기간 중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신념만큼은 확고해보였다. 선관위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국회에 제의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그는 선관위 사무총장 외에 또 하나의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 A-WEB(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사무총장이 그것이다. A-WEB는 2011년 중앙선관위가 주도해 창설한 국제기구다. 사무처도 우리나라에 있다.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던 김 사무총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100여개국 선거기관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세계의 선거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A-WEB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과 국제적 위상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전북 출신으로 성균관대 행정학과와 동 대학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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