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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하응백] 무형문화재 전승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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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산고 끝에 지난 3일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무형문화재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러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이 법률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앞으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에 주목하는 언론도 없고, 일반 국민도 이 법률안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1962년 정부가 우리 조상이 남긴 유형문화재와 한민족의 전통생활 방식에 녹아 있는 무형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했다. 이 법은 50년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현실에 적응해 왔지만 2003년 우리나라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무형문화재 보호 제도 및 정책의 틀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런 가운데 2011년 5월 중국이 조선족 ‘아리랑’을 자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발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형문화재진흥법 등장 의미 새겨봤으면

‘아리랑’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문화적 상징이기에 우리 국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민관이 노력해 한국의 ‘아리랑’은 2012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정작 ‘아리랑’은 국내에서는 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문화재보호법’에 국가가 어떤 무형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려면 보유자나 보유단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아리랑’을 문화재로 지정한다면 누구를 보유자나 보유단체로 지정해야 할 것인가. 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부랴부랴 보유자를 인정하지 않고도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할 수 있도록 2014년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했지만 이는 임시 땜질에 불과했다.

원형 보존에 우선적 목적이 있는 유형문화재와 달리 무형문화재는 살아 있는 사람이고 또 문화 콘텐츠의 기반이기 때문에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보호와 전승의 방법도 상당히 달라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문화재보호법’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형문화재 원형유지 원칙으로 인한 창조적 계승·발전 저해, 전통공예품의 사회적 수요 저하로 인한 공예기술의 전승단절 위기 고조, 사회환경 변화로 인한 도제식 전수교육의 효용성 부족,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무형문화유산 분야의 사회적 갈등 발생 등”(국회 검토보고서) 여러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입각해 ‘무형문화재진흥법’이 탄생했다.

새 법률안은 이북5도 문화재 가치 인정

‘문화재보호법’에서 무형문화재 부분을 완전히 떼어내 새롭게 마련한 이 법률안은 기존의 보존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 활용 중심 정책으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법률안이 이북5도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법적 제도를 통해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북5도청에서 지정한 13개 종목의 이북5도 무형문화재는 상위 법률 미비로 인해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놀량사거리’ ‘함경도 애원성’ 등 이들이 보유한 종목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에 따른 왜곡된 민족예술관에 의해 북한에서도 멸실돼 버린 것이 많다. 바로 그점 때문에 이북5도 문화재는 통일시대 남북한을 이어줄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들 종목의 보유자 중에는 월남인 1세대로 80세가 넘은 분이 상당히 많기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다. 이분들의 평생 소망이 자기들 기량을 정부의 보호를 받으면서 펼치는 것이었고, 또 전승할 제자들을 찾는 것이었다. 이제 그분들의 한을 풀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조속한 후속조치로 법률안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법률안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기관의 적극적인 수용 자세와 능동적인 대처다. 헌 옷을 벗고 새 옷을 마련했으니 문화재청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하응백 문학평론가·휴먼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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