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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할랄 푸드, 기독인이 먹어도 되나요?

정부 ‘제2 중동 붐’ 예고… 이슬람 문화 유입 가속?

[시선] 할랄 푸드,  기독인이 먹어도 되나요? 기사의 사진
서울 이태원의 한 할랄 인증 제과점에서 외국인 손님이 빵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일대는 이국적 음식점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18일 오후. 지하철 이태원역 3번 출구를 나와 우사단로를 따라 한국이슬람중앙성원까지의 600여m를 따라가자 터키를 비롯해 인도·파키스탄 레스토랑, 이집트와 레바논 등 국가 이름을 내건 전문 음식점이 즐비했다. 음식점 사이사이에는 다국적 슈퍼마켓도 서너 개 자리잡고 있었고 소규모 케밥집도 여럿 됐다.

그런데 이들 음식점이나 마켓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출입문이나 간판 등에 원 모양이나 8각 문양 표시가 눈에 띄었다. 문양 속에는 아랍어와 영어로 ‘할랄(Halal)’이라는 글자 표식이 있었다. 문양 없이 영어나 한국어로 ‘할랄’이라고 써놓은 곳도 있었다.

한 슈퍼마켓에 들어가 “할랄 식품이 궁금하다”고 하자 점원은 마켓 내부 뒤쪽에 위치한 냉장고 쪽으로 안내했다. 그는 미트팩과 버터를 보여주며 “자, 여기 할랄 인증 마크 보이죠?” 했다. 반대편 선반에 진열된 각종 과자에도 할랄 인증 마크가 작게 보였다.

이집트에서 왔다는 그는 한국어가 유창했다. 점원은 “이곳에 진열된 식품 대부분이 할랄 인증을 거친 제품이다. 종교의식을 거쳐 생산된 깨끗한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할랄 식품은 돼지고기나 기름 등이 제거된 것”이라며 “요즘 한국인도 많이 사러 온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 할랄 표시가 있는 상점은 족히 20개는 넘었다. 이슬람중앙성원 바로 앞에는 최근 문을 연 것으로 보이는 할랄 표방 한국음식점도 있었다. 비빔밥 등 한식을 팔았다.



중동 순방 결과로 할랄 한식 수출 활발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할랄은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 기간 중인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 식품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할랄 푸드 수출 길이 열렸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할랄은 돼지고기나 술을 금하는 17억 이슬람교도의 먹거리로, 정부에 따르면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1800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식품업체들도 시장 개척 활동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할랄 인증 한식을 수출하고 있다면 한 해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무슬림 관광객과 국내 거주 무슬림 20만명도 할랄 푸드의 직접적 대상자들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2월 ‘무슬림에게 친근한 한국식당’이란 영문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에는 무슬림들이 가볼 만한 음식점을 5가지 카테고리별로 소개했다.

할랄 푸드는 국내에서는 이국적 먹거리나 웰빙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20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할랄 푸드는 식재료의 가공이나 포장, 운반, 보관 등 전 과정이 위생적이며 몸과 정신을 해치는 성분이 일체 허용되지 않아 웰빙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소개하고 있다.

할랄 푸드가 확산된 데에는 국내 대학도 한몫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을 위한 할랄 코너가 학생식당에 자리를 잡으면서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는 2013년 3월 국내 최초로 무슬림 유학생을 위한 할랄 푸드 코너를 열었다. 처음엔 매주 두 번씩 중식과 석식을 제공했으나 인기가 높아 인근 건국대 경희대 유학생까지 몰리면서 지금은 매일 2회에 걸쳐 제공하고 있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그렇다면 과연 할랄 인증은 어떻게 받는 것일까. 알려진 것처럼 할랄 푸드는 이슬람 율법, 즉 샤리아를 기반으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용인된 식품이다. 할랄 인증은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에 붙여지는 인증으로, 육류 중에서는 단칼에 정맥을 끊는 방식으로 도축된 양 소 닭고기를 할랄 식품으로 인정한다. 채소 과일 곡류 해산물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돼지고기와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으면 할랄 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할랄식 도축에는 이슬람교 의식이 행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물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묶어놓고 ‘비스밀라(알라의 이름으로)’ 하며 외친 다음 동맥 두 곳을 잘라서 피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가죽을 벗겨 만든다. 짐승이 죽을 때는 메카 방향으로 머리를 떨구어야 한다. 도축은 무슬림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도축에 ‘비스밀라’를 외치는 것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축 방법과 의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할랄 도축을 ‘다캇’이라고 한다. 짐승의 목을 친 후 그 피가 모두 빠질 때까지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주문이 이어진다. 이 같은 의식을 ‘다비하’로 부른다. 이집트에서는 ‘알라’를 언급하지 않고는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해석한다. ‘비스밀라’나 ‘알라후 아크바르’는 피를 뿌리는 가축에게만 사용한다. 할랄 인증 업체에는 도축을 담당하는 사제인 이맘이나 셰이크가 따로 있다고 전해진다.

이슬람 전문가 공요셉씨는 “기독교인들은 할랄 음식이 이슬람의 주문을 외워서 만든 음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코란 2:168에는 ‘사람들이여 지상에 있는 허용된 좋은 것을 먹되’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할랄과 달리 허용되지 않은 것은 ‘하람(haram)’으로 부른다. 돼지를 비롯해 개 고양이 뱀 민물고기와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는 금지된다.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유는 돼지에는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병균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콜라겐이나 젤라틴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금하는 이유다.

할랄 푸드는 도마나 칼, 국자 등 조리기구에도 금지식품이 묻지 않은 상태를 요구한다. 한양대 등 할랄 코너 음식 조리는 모두 엄격히 구분된 과정을 거친다. 수출업체 역시 까다로운 실사를 받아야 한다.

CJ제일제당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실사팀이 방문해 제품 제조 전 공정을 살핀다. 여기엔 2, 3차 원재료 성분까지 검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사는 이슬람법이 요구하는 것을 충족하는지를 살핀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할랄 인증을 받으면 2년간 유효하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다시 서류심사와 실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존중하고 대화하는 길 열어야

그렇다면 기독교인 입장에서 할랄 푸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만석 한국이란인교회 목사는 “할랄 음식은 웰빙과는 상관 없다. 오히려 ‘비스밀라’라는 주문을 외운다는 것과 메카 방향으로 동물의 머리를 놓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무슬림들이 할랄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란과 같은 시아파 원리주의 국가에서도 이교도 식당인 아르메니안 음식점이 맛있다고 소문나면 줄을 서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난해 시리아에서는 내전으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개와 고양이를 먹어도 좋다는 이슬람 율법 해석(파트와)이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할랄 인증기관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에 할랄 마크 부착 인증 방식이 등장한 것은 불과 20여년 전이다. 비즈니스선교(BAM) 컨설턴트인 백바울 JES 공동대표는 “다인종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외국 식품들이 유입되면서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게 됐다”며 “음식 중에 돼지고기나 그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발견했고 그중 하나가 한국의 초코파이였다”고 말했다. 젤라틴 성분 때문이었는데 이런 사례가 불거지자 이를 규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할랄’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할랄이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할랄 제품이 증가할수록 그만큼 이슬람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방한한 영국 기독교법률센터 안드레아 윌리엄스 대표는 “이슬람 국가들과 경제 교류를 하게 되면 당연히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며 “현재 영국에는 많은 식당이 할랄 인증 식당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할랄 음식을 건강식으로만 치부하기엔 이슬람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상당 부분 작용한다”며 “영국은 이슬람 금융이 도입되면서 돼지 심벌을 사용했던 은행이 심벌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형민 대학연합교회 목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무기 계약 시 많은 양의 코란을 러시아에 들어가도록 했다”며 “이슬람 국가들은 경제·외교적 협약을 통해 상대국을 이슬람 포교 대상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이슬람화 같은 선례를 따라가지 않도록 한국교회나 정부는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백바울 JES 공동대표는 “할랄 음식은 결국 한국식으로 치자면 ‘제사음식’일 수 있다”며 “베드로가 유대인에게 금기시한 동물을 잡아먹으라는 환상을 본 것처럼 기독교인들은 할랄을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활동했던 A선교사도 “구약에서 피를 금기시했다는 점에서 할랄 도축 시 피를 모두 제거하는 관습은 무슬림과 대화할 수 있는 접촉점이 된다”며 “기독교인은 타종교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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