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기사의 사진
사람들은 죽음이 나와 상관없는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죽음이란 말조차 꺼리는 삶 속에서 죽음은 다가오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심은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죽음 이후 우리의 존재가 하나님과 영원히 함께한다는 것을 마음에 담고 산다면 그 두려움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두려움이란 포장지에 싸인 미지의 세계. 그 포장지를 벗겨내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징검다리가 나타날 것이다.

‘메멘토모리’는 겸손하라는 뜻

만약 우리가 언젠가 반드시 죽을 거라는 걸 기억하고 산다면 지금 이 순간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가 죽음을 기억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시간과 함께 살면 시간은 상처를 치유해주는 하나님의 선물이 된다.

로마시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성대한 개선행진을 할 때 바로 뒤에 노예 한 명을 세워놓았다. 그 노예의 임무는 장군에게 계속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Memento mori), ‘당신도 한낱 인간임을 기억하라’(Hominem te esse memento). ‘메멘토 모리’는 개선장군이 환호와 찬사에 싸여 있을 때 ‘그대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겸손하라’는 의미로 외치던 말이다. 중세의 수도사들이 서로에게 건네던 인사말이기도 하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아무래도 타인을 더 존중하게 되고 생명의 경외심을 느끼며 삶에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또 죽음을 의식하며 사는 삶은 죽음을 기피하면서 사는 삶보다 훨씬 의미가 있고 불필요한 욕심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삶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인다는 말도 있듯이, 삶의 끝을 앞두고서야 진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또렷하게 보이는 듯하다.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명문대에 들어갈 걸, 대기업에 다닐 걸, 강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살 것 등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등등 평범하고 쉬운 것이 대부분이다.

행복이 넘치는 부활절

지난 17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 사는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시한부 환자가 마지막 순간 가장 후회하는 5가지’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남의 평판에 신경 쓰며 산 것. 일만 하며 인생을 허비한 것.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른 것.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것. 행복을 위해 살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삶의 진실인가.

인간이 느끼는 최고의 행복을 ‘블리스(Bliss)’라고 한다. 이는 더 없는 기쁨, 천상의 기쁨, 지복(至福), 천복(天福) 등으로 번역되는 단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뒤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암병동 환자들이 느끼는 행복의 농도가 가장 짙다고 한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진심으로 미소 짓고 마음을 다해 대화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2월 18일∼4월 4일) 기간이다.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의미를 성찰하고 생활 속에서 부활신앙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것이 부활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의 의미는 ‘되살림’ ‘생명’이다.

황폐한 곳의 부엉이처럼 불면의 밤을 지내는 이들의 마음이, 잠들기 전 ‘제발 내일 눈뜨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이 다시 생명으로 살아나길 소망한다. 고난을 부활로 역전시킨 예수님처럼. 그들에게 “블리스풀 이스터(Blissful Easter), 행복이 넘치는 부활절”이란 인사를 건네고 싶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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