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풀·꽃·나무 친해지기

[풀·꽃·나무 친해지기] (12) 두 가지 꽃의 광대나물

[풀·꽃·나무 친해지기]  (12) 두 가지 꽃의 광대나물 기사의 사진
광대나물. 필자 제공
겨울형 한해살이 풀인 광대나물은 논두렁이나 밭두렁의 아랫부분에 자리 잡고 산다. 습기가 있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겨울 추위를 견디고 나오는 이른 봄꽃 가운데 보기 드물게 화려한 꽃을 피운다. 둥근 원판처럼 생긴 녹색 잎과 줄기 사이에서 붉은 자주색 꽃을 길게 밀어 올린다.

광대나물은 잎과 꽃 모양이 특이한 매우 작은 봄꽃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특색이 있다. 꿀풀과 식물인 만큼 줄기는 사각기둥인데 아랫부분과 윗부분에 달리는 잎의 모양이 다르다. 줄기 아래 달리는 잎은 잎자루가 길지만 위쪽의 잎은 잎자루 없이 줄기에 바로 붙어 달리는데 두 장이 마주나 줄기 전체를 빙 둘러 감싼다.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통 모양으로 몇 개 올라오는데 두 가지 형태가 같이 있다. 끝이 입술처럼 아래위로 벌어져 있는 열린꽃과 꽃잎을 열지 않고 자기꽃가루받이를 하는 닫힌꽃이 그것이다. 열린꽃의 아랫입술 위에는 짙은 자주색 점이 찍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꿀을 찾아오는 매개곤충이 내려앉을 자리(착륙지점)를 표시해 놓은 것이다. 수술은 윗입술에 달려 있는데 벌레들이 착륙장에 내려앉으면 윗입술이 슬며시 내려와 등짝에 꽃가루를 묻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문제는 통 모양으로 된 꽃잎 속이 너무 가늘고 깊어 주둥이가 아주 길지 않은 곤충은 꿀은 먹지 못하고 꽃가루만 묻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광대나물을 찾는 벌레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매개곤충이 찾아오지 않아 생기는 번식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 닫힌꽃이다.

광대나물 씨앗은 작고 가볍지만 생명력은 강해 길게는 5년까지 휴면상태로 있다가 환경이 맞으면 일제히 싹을 틔워 무리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척박한 땅에는 살지 않는다. 공기가 잘 통하는 밭흙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