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최계운] 우리가 남인가 기사의 사진
한국사람은 예부터 정이 많다고 한다. 내 일, 남의 일 가리지 않고 내 일처럼 도와주고, 옆집의 숟가락, 젓가락 개수까지 훤히 꿰곤 했다. 한국인 특유의 넓은 오지랖도 정(情)문화가 근간이다. ‘내 일이니 상관하지 말라(Non of your business)’고 외치는 외국인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IMF사태)나 2002년 월드컵 같은 국가 대사에 있어 우리의 끈끈한 정문화는 기적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러나 유독 물 문제에 있어서만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4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강원도가 고통 받고 있고, 물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론은 시큰둥하다. 그러니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이나 대구·경북 취수원 이전 갈등, 섬진강 본류의 물 부족과 같은 물 문제에 더더욱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내 집 수돗물은 잘 나오니 심각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그 정도의 고통은 받아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물에 대한 문제다. 삶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고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 했다. 필자는 이를 무항수 무항산(無恒水 無恒産)으로 바꾸어 생각해본다. 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대부분의 물 대책은 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정부의 관심도 낮다. 근본적 물 대책 마련이 어려운 이유다.

이제 국민들이 나설 차례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고 정책이 바뀌고 투자가 늘어난다. 사물인터넷 등 시대 변화에 맞도록 스마트한 물 관리를 요구하고 물 문제 해결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 달라고 얘기해야 한다. 물은 우리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 관리의 새로운 방향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정책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과 때로는 날 선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 정부도 물 문제만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확고한 인식을 새롭게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바람직한 정책을 도입하고 물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물 관리 공공기관은 보다 정확한 자료와 물 정보를 제공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좋은 정책들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 민족의 정이다. 누구나 누리는 물의 혜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도 소외받는 지역,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 내 이웃의 물 문제에 관심을 보여주고 의견도 제시하자.

때로는 양보도 필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이 물 문제의 현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고 물의 가치가 높아졌다지만 그래도 가치라는 것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필요한 사람에게는 ‘보물’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가진 사람에게는 그냥 ‘물’인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나누어주는 미덕이 필요한 때다.

‘우리가 남인가’를 외치는 시대가 지났으나 물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 번 더 외쳐보고 싶다. ‘남’이 아닌 ‘우리’의 물 문제이기에 깊은 관심과 이해와 배려, 존중 그리고 생산적 협력이 필요한 때다. 우리의 정으로 복잡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기적을 한번 보여주자.

최계운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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