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출범 6개월… 전력·향후 과제] 다시 살아난 끈기·투혼… 한국축구, 희망을 봤다 기사의 사진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10월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태극전사들은 잔뜩 독이 올라 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터라 명예회복이 시급했다. 한국 축구의 구원투수로 나선 울리 슈틸리케 국가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값이 아니라 실력을 봤고, 부지런히 새 얼굴들을 발굴했다. 어느덧 4기를 맞은 ‘슈틸리케호’는 경기를 치를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하나로 뭉쳐 쉽게 지지 않는 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 투혼이 되살아난 덕분이다.

1∼3기가 보여 준 희망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축구 재건을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했다. 선수 선발부터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소속팀이 없던 박주영(30·FC서울)과 유럽무대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던 김보경(26·위건 애슬래틱),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 등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신구 조화’를 위해 베테랑 이동국(36·전북 현대), 곽태휘(34·알 힐랄) 등을 발탁했다.

1기에 이름을 올린 23명 중 김승대(24·포항 스틸러스)를 제외한 22명은 파라과이전과 코스타리카전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선발에서 빠진 주전급 선수들은 긴장했고, 선발 출전한 비주전급 선수들은 의욕을 보였다.

선수들 간 경쟁구도가 자리를 잡자 대표팀에 활기가 돌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그것은 ‘뻥 축구’가 아니라 짧은 패스와 공간 침투로 승부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비 능력은 아직 부족했다. 특히 코스타리카전에선 센터백 라인의 호흡이 맞지 않아 3골이나 내줬다.

지난해 11월 꾸려진 2기에서 15명의 선수들이 다시 발탁됐으며 7명은 새로 기회를 얻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과 첫 해외 원정(요르단전·이란전)을 떠났다. 2015 호주아시안컵을 대비한 모의고사였다. 2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를 굳혀 가는 선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선 공격 자원들 중에서는 손흥민(23·레버쿠젠)과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이 좌우 윙어로 자리를 잡았다. 중원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중동 원정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많은 숙제를 안겼다.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중원을 장악하지 못해 아찔한 역습을 여러 차례 허용했다. 이란 경기에선 ‘수비 축구’와 ‘파울 작전’에 말려들어 고전한 끝에 후반 37분 프리킥 상황에서 결승골을 내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 호주아시안컵을 우승을 노리고 국내파와 해외파를 아우른 3기를 소집했다. 가장 큰 수확은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위닝 멘털리티(Winning Mentality)’를 확립한 것이다. 위닝 멘털리티는 ‘한국형 늪축구’를 탄생시켰다. 이는 강팀이든 약팀이든 한국을 만나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다가 주저앉는 현상을 일컫는 조어다. 체질이 변화된 한국은 무실점 전승으로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아시안컵에서 태극전사들이 보여 준 규율과 조직력, 투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



4기가 풀어야 할 과제는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7일 우즈베키스탄(27일·대전월드컵경기장 72위), 뉴질랜드(31일·서울월드컵경기장 136위)와의 평가전에 나설 선수 23명을 발표했다. 호주아시안컵 멤버 대부분을 다시 불렀다. 이들을 내세워 전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4기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개인기가 아니라 3∼4명의 유기적인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야 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호주아시안컵에서 공격 때 개인플레이 지나치게 많아 아쉬웠다. 손흥민, 차두리 등 개인이 투혼을 발휘해 만들어진 골이 많았다”며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의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세밀하고 조직적인 공격 플레이가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 루트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양쪽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의 삼각편대가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호주아시안컵에선 이런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득점 능력도 키워야 한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쉽게 골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세트플레이 공격이다. 한국은 호주아시안컵에서 ‘늪축구’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그건 상대의 득점 능력이 좋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늪축구’는 어떻게든 이긴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수준이 높은 팀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한국은 이번 평가전에서 ‘늪축구’를 업그레이드시켜 강팀마저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수비수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수비는 많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짠물수비 덕분에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다만 수비 상황에서 개인적인 실수가 나왔는데 이는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고, 또 실제로 골로 연결됐다. 강팀이 되려면 이런 개인적인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시안컵에서 여러 차례 나온 ‘역습 실수’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1일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서 호주아시안컵 리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는 아시안컵을 통해 보완해야 할 단점과 관련해 “상대방의 볼을 뺏은 뒤 역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빼앗자마자 바로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