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노무현·문재인이 1위가 된 사연 기사의 사진
역대 대통령 중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노무현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화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13세 이상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32%가 노무현을, 28%가 박정희를 꼽았다. 김대중이 16%, 박근혜가 5%였다. 유사한 조사에서 하위 그룹에 속해 왔던 노무현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박정희를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선 게 신기하다는 것. 노무현이 현직 대통령이었던 10년 전 조사에서는 노무현 7%, 박정희 48%였다.

호사가들은 이를 ‘박근혜 효과’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인기가 없어 아버지의 인기까지도 까먹고 있다는 것.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로 올라선 것도 호사가들에겐 마찬가지 얘깃거리다. 호사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이 인기 바닥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는 데까지 논리를 비약시킨다. 지지도가 떨어져 있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일망정 아버지의 지지도까지 까먹는다는 얘기에 무척 속이 상할 것 같다.

이처럼 호사가들의 가십거리가 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때 30% 내외였다. 지금도 대선 때 그의 득표율 51%를 한참 밑돈다. 대신 부정적 평가는 50%를 상회한다.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드는 이유로는 소통 미흡, 인사난맥 등도 있으나 더 많이 비율을 차지한 것은 복지, 세제, 경제정책, 공약실천 미흡 등 민생경제 분야였다. 맹자 말씀대로 백성에겐 밥이 하늘인 것이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긴다고 했던가. 잘해준 건 다 잊고 잘못한 것만 남는 법이다. 먹고사는 게 어려운 대다수 서민들에겐 대통령이 다른 걸 다 잘해도 맘에 들 리가 없다.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많은 이들은 그가 아버지처럼 경제를 잘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이 IMF 때와 같을 정도로 경제가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으니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경제를 위기로 느끼고, 대통령까지도 위기라며 정치권의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경제수석은 위기가 아니라며 피부에 닿지 않은 각종 수치들을 나열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못 찾는 청년백수들과 전세난에 밤잠을 못 이루는 서민들은 속이 뒤집힐 노릇이다.

박 대통령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경제라는 게 대통령 혼자서 노력한다고 진통제에 통증 가라앉듯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요동치는 세계적 흐름까지를 잘 읽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IMF 때 금 모으기로 국난 극복에 함께했던 것처럼 국민들의 뜻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할 게 아니라 솔직히 털어놓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그리고 야당을 훼방꾼이 아닌 동반자로 여기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들의 요구를 가능한 한 수용하면서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어내는 리더십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대통령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나중에 야당이 발목 잡아 국정에 실패했다고 외쳐봐야 대통령의 책임이 면해지는 건 아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덕망이나 식견을 닮지 못한 사람을 불초(不肖)라고 한다. 박 대통령 자신도, 또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도 박 대통령이 불초가 아니라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것이 두 사람의 바람일 뿐 아니라 잘 살고 싶은 많은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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