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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친해지기] (13) 위태로운 특산종 개나리

[풀·꽃·나무 친해지기] (13) 위태로운 특산종 개나리 기사의 사진
단주화(왼쪽)와 장주화. 필자 제공
이른 봄 공원이나 울타리, 길가 빈터를 노랗게 물들이는 개나리는 친숙한 관상수다. 병충해와 추위에 강한 데다 가지를 꺾어 땅에 묻기만 해도 잘 자란다. 그런데 정작 개나리가 어떤 식물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개나리는 학명이 ‘Forsythia koreana’로, 한국이 원산지임을 밝히고 있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그럼에도 개나리는 사람들 손에 의해 심겨져 유지되는 식물이고 아직까지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특이한 식물이다.

개나리는 어디서나 꽃을 피우지만 좀처럼 열매를 보기 어려운 나무다. 꽃을 보기 위해 키우는 특별한 원예식물이 아니라면 꽃 피는 식물은 열매를 맺기 마련인데 개나리는 왜 열매를 보기 힘든 것일까?

개나리가 사람의 손을 빌려 퍼져 나가는 식물이라는 사실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개나리는 암술대와 수술대의 높낮이가 다른 두 가지 형태의 꽃이 있다. 연록색 암술대가 높이 솟고 그 아래에 노란 꽃밥을 머리에 인 수술이 있는 꽃(장주화)과 수술대가 위로 길게 뻗고 수술대와 수술대 사이에 짧은 암술대가 나와 있는 꽃(단주화)이 그것이다. 따라서 가루받이가 쉽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긴 수술의 꽃가루는 긴 암술로, 짧은 수술의 꽃가루는 짧은 암술머리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심어놓은 개나리들은 꺾꽂이 방식으로 만든, 다시 말해 한두 그루로 수천, 수만 그루를 만든 것이어서 두 가지 꽃이 적절히 섞여 있지 않고 한 종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단주화를 꺾꽂이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 단주화가 전체 개나리의 98%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유전자가 동일한 복제품이 온통 퍼져 있을 경우 개체수가 아무리 많아도 환경적 위해요인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사라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개나리는 지금은 흔하게 보는 특산식물이지만 언제든 멸종할 수 있는 취약종이기도 한 것이다.

최영선(자연환경조사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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