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창준] 싱가포르의 곤장제도 기사의 사진
지난주 별세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강인하고 단호한 리더십으로 가난한 섬나라를 아시아의 경제대국으로 변모시켰다. 그는 이념보다는 실용을 택한 민주 독재자라고 할 수 있다.

리콴유는 ‘내 집, 좋은 직장, 좋은 교육’ 등 국민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일부에서 독재자라고 비난했지만 리콴유는 산업 분야에선 완벽한 자유를 부여해 외국 기업들을 유치했고, 상속 제도는 아예 폐지하고 오직 17% 법인세만 유지했다. 특히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국어로 채택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가 세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다시 가난하고 뒤처진 섬나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싱가포르의 중국인들이 한자를 포기하고 영어를 배우도록 했다. 이것이 부자 나라 싱가포르의 드림이다.

미국에는 아직도 매일 수천 명이 자기가 태어난 조국을 버리고 몰려온다. 한결같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온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이란 학력과 인맥이 없어도 열심히 일하면 집과 자동차를 사고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말한다. 빌 게이츠가 자기 집의 초라한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사회가 그런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같은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바로 그 기회를 말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시기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민주당의 트래피칸과 공화당의 커닝햄 의원은 과거 돈 문제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죄는 내가 보기에 8년은 심한 것 같았다. 하지만 미국은 지위가 높을수록 오히려 사회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며 일반인들보다 더 무거운 형을 내린다. 두 사람은 당연히 의원직을 잃고 연금이 끊겼으며 피선거권마저 잃었다. 이런 엄정한 사법 제도가 없다면 거대하고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섞여 사는 복잡한 미국사회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보다 더욱 엄격하다. 거리에 껌을 뱉으면 태형을 가하고, 마약은 0.5g만 발견돼도 사형에 처한다. 게다가 오직 경제성장만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과 언론자유마저 극도로 제약하는 등 통제를 일상화해 이에 대한 비판과 논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소득이 400달러에 불과했던 가난한 항구도시를 아시아 최고인 5만6000달러로 끌어올린 국부 리콴유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먹고사는 문제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간의 기본권임을 잘 보여준다.

싱가포르가 범죄 없는 나라가 된 데에는 앞서 언급한 엄한 처벌과 함께 우리의 곤장제에 해당하는 태형(JCP)이 한몫했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성추행, 소매치기, 사기꾼, 경범죄에는 벌금형보다 곤장제가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입증돼 지금도 33개 나라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형법학자 피터 머스코스는 곤장이 범죄를 줄이는 데 감옥보다 몇 배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같이 감옥형이 세계 평균보다 5배나 많은 나라에선 감옥 대신 곤장이 더 효율적이란 결론이다. 1년 감옥이냐 아니면 의사 입회 아래 곤장 2대냐 하는 선택권을 주면 거의 다 곤장을 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에서 격리해 감옥에서 몇 년을 보내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을 깨닫고 재활되거나 사회에서 용서받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 차라리 호되게 곤장을 때려 정신을 차리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도 곤장제 도입을 검토하면 어떨까 싶다. 가령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주정꾼은 유치장에 보내기보다 곤장으로 따끔하게 처벌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김창준 前 미국 연방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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