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오락가락 금융정책과 금융개혁 기사의 사진
1998년 4월 금융위원회(금융위)의 전신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는 3인의 민간 비상임위원을 포함하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발족했다. 금융시장의 다양한 이해를 조정 및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그 후 사무국 조직이 확대되면서 합의제 성격이 퇴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명박정부 들어 금감위와 당시 재정경제원의 금융정책국을 묶어 금융위를 만들면서 민간 비상임위원을 1인으로 줄여 합의제 취지는 명분만 남게 되었다.

최근 금융위의 오락가락 정책은 취약한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관성 없는 정책, 정부답지 않거나 금융 이론에 맞지 않는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지난 수일간 금융권을 흔들고 있는 안심전환대출은 일관성이 결여된 관치금융의 전형이다. 작년 7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로 가계부채 확대를 허용한 뒤 이제 와 사인 간의 계약에 개입하는 것은 일관성 문제도 있지만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정당화하기 어려운 관치금융이다. 지원 필요성이 큰 저소득층을 제외한 것은 정책의 실효성을 낮추었고 과거 고정금리 대출 전환 유도에 응했던 차입자들을 제외한 것은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작년 말 KB금융 사태 역시 금융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드러냈다. 임영록 전 회장에 대한 고무줄 징계가 그랬다. 그 후 이어진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금융권 손실을 불사하면서까지 일개 민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간여했다는 점에서 정부답지 않은 조치였다.

셋째,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을 방문하여 선사했다는 액자 ‘금융개혁 혼연일체’는 금융 이론에 맞지 않는다. 어쩌면 금융정책과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바람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감독 업무를 전담하는 금감원 입장은 혼연일체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 유지가 필수다. 그러니 금융 이론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최근 출범한 금융개혁회의 역시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기술 발전, 감독 강화 등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 속에서 금융개혁회의가 한국 금융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는 해 보지만, 결국 언제나처럼 관치금융 강화로 귀결될 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이번 금융개혁 작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해 보인다. 먼저 금융위 스스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소비자 보호기구 신설을 포함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더불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중단 조치 등을 포함한다. 금융위가 앞장서서 이러한 문제 해결에 모범을 보일 경우 산하기관들의 혁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금융개혁회의는 목표와 과제를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금융개혁과 금융혁신 간 구분이 필요한데, 금융개혁은 금융 관련 제도와 규제를 바꾸는 것으로 정부의 몫이다. 금융혁신은 주어진 제도와 규제의 틀 안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으로 금융회사의 몫이다.

관련해서 금융개혁회의는 건전성 감독 및 소비자 보호 강화 그리고 시장경쟁 활성화 등에 필요한 법과 제도 만들기를 목표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잘 만들어 금융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나, 여기부터는 민간 금융의 영역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칫 관치금융의 경계선을 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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