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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김종헌] KTX 호남선 개통과 간이역

[청사초롱-김종헌] KTX 호남선 개통과 간이역 기사의 사진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연결되는 호남선 KTX가 4월 1일 개통식을 하고, 2일부터 정상적으로 운행된다. 그동안 2시간37분 걸렸던 이 구간이 빠르면 1시간33분에 갈 수 있다. 이 정도 시간은 서울 강남에서 수원이나 인천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때 걸리는 시간이다.

이제 서울에서 부산이나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이 수도권의 주요 도시로 갈 때 걸리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전국이 동일한 시간대 속에서 같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 4월 1일, 그러니까 정확하게 11년 전 경부선 KTX가 개통되면서 대전에 살았던 나는 서울의 아침 9시 회의에 먼저 가서 서울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KTX가 개통되기 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대전에 소재하고 있는 학교와 서울의 박물관을 오가며 일을 보는 나는 어쩌면 KTX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나와 같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한층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확장된 연결체계, 간이역과 이어졌으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에 한적한 시골에 세워져 있는 간이역에 관심이 가는 것은 웬일일까. 엄청난 스피드와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유리와 철골 그리고 최첨단 기술로 지어진 KTX 역사(驛舍)는 단지 빨리 지나쳐버리는 곳인 반면 소박하게 세워져 있는 간이역은 조용히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그런데 우리들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간이역은 단순히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상적인 대상만은 아니다. 석탄과 광산물을 채굴하는 탄광 지역에서, 쌀과 채소 잡곡을 길러내는 드넓은 평야에서 간이역은 우리의 실질적인 생활을 연결하는 산업통로로서 역할을 해왔다.

또 우편물이 오고 가고, 역전 다방이나 대합실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정보 통로로서, 수하물과 헛간 창고 등을 통해 많은 물건이 보관되고 이동되는 물류통로로서, 그리고 여행과 통학, 장보기와 서울 나들이 등을 통해 문화의 교류가 되는 문화통로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속도’를 신앙처럼 생활하는 우리에게 간이역은 점차 우리 생활과 멀어진 느낌이다.

驛舍는 사람·물건·문화가 모이는 곳

사실 역사는 거쳐 지나가는 곳이 아닌 쉬어가는 곳이다. 쉬는 곳이기에 생산된 물건이 모이고, 사람이 만나서 정보가 모이고, 생각이 만들어지는 곳이 되었다. 어떤 이는 마음이 안식을 얻었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듯 쉼의 장소였기에 말을 타고 다녔던 우리의 전통적인 역사에서 많은 문학작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당대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호남선 KTX가 개통되면서 남북으로 연결되는 영호남의 기본적 골격이 구축된 셈이다. 이제는 서쪽으로는 공주와 예산 그리고 태안이 호남선과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음성, 충주, 영월 그리고 삼척이 경부선과 연결돼 고속철도망을 남북을 연결하는 체계에서 동서를 연결하는 체계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맥과 정맥을 기반으로 미세한 핏줄이 우리 몸 곳곳에 영양분을 공급하듯이 KTX 역사는 각 지방도시의 간이역을 섬세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연결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이제 따뜻한 봄날 호남선 KTX를 타고 익산역에 내려 간이역 임피역으로 가서 드넓은 평야와 함께 채만식의 ‘탁류(濁流)’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고 돌아와야겠다.

김종헌(배재대 교수·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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