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이흥우] 홍준표 對 이재명 기사의 사진
세상에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키는 정책이 있을까. 신이라면 모를까 요순우탕(堯舜禹湯)이라 해도 그런 정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무상복지가 가장 가까울 듯하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어서 공짜라고 하는 건 다소 어폐가 있다. 그래서 그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원칙에 맞다.

요즘 4·29 국회의원 재보선과 맞물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두고 좌우 진영의 논리 대결이 치열하다. 보편적 복지가 가장 이상적 모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만한 돈이 없다는 점이다. 예산과 재정이 보편적 복지를 감당할 만큼 충분하다면 지금의 논쟁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양측 주장은 나름의 논리 틀을 갖추고 있다. 어느 게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에게 아빠와 엄마 중에서 누구를 고를 거냐고 묻는 격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강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오른쪽 논리나 부족한 예산이나마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왼쪽 논리를 호오(好惡)의 시각에서 평가할 순 있어도 정오(正誤)의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 무상복지 논쟁이 옳고 그름의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끝없는 논란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선택적 복지를 택했다. 경남도는 1일부터 도내 초·중·고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고 이 예산을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으로 돌렸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됐던 학부모들로서는 뿔날 만하다. 그러나 경남도 전체로 보면 복지 예산이 줄어든 건 아니다. ‘복지의 축소’라기보다 ‘복지의 이동’이라고 하는 게 적확하다.

홍 지사 표 복지는 선택과 집중이다. 외부 도움이 필요 없는 가계는 지원을 끊고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을 더 어려운 가계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그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시행 중인 무상보육에 대해서도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다.

그 대척점에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다. 이 시장의 시리즈 무상복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게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파격이다. 무상급식, 무상교복에 이어 최근 시리즈 3탄인 무상산후조리가 선을 보였다. 성남시는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중학교 신입생 자녀를 대상으로 시작한 무상교복 사업을 점차 모든 중학교 신입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7월이면 성남시민 누구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산후조리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퍼줘도 시 재정이 버틸 수 있을까. 이 시장의 말을 빌리면 이들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데 시민들의 추가 세금 부담은 없다고 한다. 예산 낭비를 줄이고 불요불급한 사업 조정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성남시 예산에서 사회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가장 많다. 경남 역시 34.3%로 성남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도 두 지자체의 복지 성격은 확연하게 차이난다. 경남은 선택적 복지, 성남은 보편적 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여론도 팽팽하다. 경남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지난달 3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찬성 41.5%, 반대 44%로 나타났다. 위정자의 선택이 끝났으니 이제 국민이 선택할 차례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경남이나 성남으로 이사를 가든지, 다음 선거에서 지사나 시장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는 정치 이념과 철학의 영역이다. 이를 바꾸라고 강요하는 건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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