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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野野 대결,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정동영·천정배 출마 명분 약하고, 반복되는 야권분열에 대한 국민 시선은 싸늘”

[김진홍 칼럼] 野野 대결, 누가 웃을 수 있을까 기사의 사진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 4명을 뽑는 4·29재보선 열기가 의외로 뜨겁다. 야권 후보 난립으로 3곳의 야당 강세지역 초반 판세가 요동치면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총력전을 펴고 있는 탓이다. 새누리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의 유세전 합류도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문재인-권노갑-정동영-천정배, 이른바 ‘야권 4인방’의 결투다. 굳이 편을 가른다면 문재인·권노갑 대 정동영·천정배 구도다. 정·천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야권교체를 주장하며 선거에 뛰어들자 문 대표와 권 고문이 야권 분열주의자들이라고 반박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이번 선거를 ‘여야(與野) 대결’이 아닌 ‘야야(野野) 대결’이라고 촌평한 이유다.

20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4인의 인연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정치적 동지(同志)이기도 했으며, 적(敵)이기도 했다.

정·천 전 의원이 1995년 정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통로는 동교동계 맏형인 권 고문이었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DJ(김대중 전 대통령)로부터 인재 영입을 지시받은 권 고문이 두 사람을 15대 총선 때 당선시킨 것이다. 하지만 두 전 의원은 권 고문을 겨냥한 ‘정풍운동’에 나섰으며, 급기야 2000년 12월 2일 청와대 만찬에서 사달이 벌어졌다. DJ와 권 고문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정 전 의원이 권 고문의 2선 후퇴를 주장한 것이다. 권 고문은 보름 뒤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정·천 전 의원은 노무현정부 출범에 기여한 뒤 입각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몇년 뒤 정 전 의원이 권 고문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관계가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권 고문은 회고록 ‘순명(順命)’에서 ‘그(정동영)의 행보는 손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정 전 의원을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두 전 의원이 탈당 의사를 밝혔을 때에는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천 전 의원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며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 권 고문은 조만간 정·천 전 의원과 겨루고 있는 새정치연합 후보들에 대한 지원유세에 들어간다.

문 대표와 두 전 의원의 관계도 희한하다. 노무현정부 때 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정 전 의원은 통일부장관을, 천 전 의원은 법무부 장관을 각각 지냈다. 당과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정 전 의원을 차기 대권주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아꼈으며, 현역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노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천 전 의원에게도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가 레임덕에 빠진 2007년 두 전 의원이 ‘탈(脫)노무현’을 선언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자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문 대표는 자서전 ‘운명’에서 “최소한의 신의나 인간적 도리조차 사라진 듯했다”고 힐난했다. 앙금 때문일까. 문 대표가 2·8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지 한 달여 만에 두 전 의원은 당을 떠났다.

풍파를 일으킨 쪽은 정·천 전 의원이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야권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울림이 거의 없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많은 것을 누려온 장본인들이 이제 와서 웬 말?’이라는 냉소가 퍼져 있기 때문이다. 구원(舊怨)에도 억지로 손을 맞잡은 문 대표와 권 고문은 23일 뒤에 웃을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분열의 경험을 승화시키지 못한 채 여전히 집안싸움에 허덕거리는 야권을 따뜻하게 바라볼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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