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방폐장과 공존하는 英 친환경 마을 드릭을 가다 기사의 사진
영국 웨스트컴브리아 드릭 마을에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단지 셀라필드에서 7㎞ 떨어진 이곳은 영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이 있는 마을이다. 목장 뒤편에 보이는 철조망 건너편이 방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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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문이 열리고 영국 웨스트컴브리아 지역의 드릭(Drigg)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상쾌한 풀내음이 바람에 실려 왔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단지 셀라필드에서 7㎞ 거리에 위치한 드릭은 영국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이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흔히 방폐장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음습한 분위기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찾은 이곳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구글 지도로 미리 찾아봤을 때 드릭은 기차역과 몇몇 목장 외에는 목초지로만 표시된 지역이다. 보안 문제 때문에 방폐장은 검색되지 않았다. 자그마한 시골 역사 건물 옆 아담한 크기의 호텔로 들어가 방폐장의 위치를 물었다. 40대 여성 호텔 주인은 서쪽을 가리키며 “저곳이 모두 방폐장”이라고 대답했다. 아무리 멀리 봐도 주인의 손끝이 닿은 곳에는 드넓은 목장과 하얀 점처럼 보이는 양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너머는 아일랜드해가 있다.

흙길을 20여분 걸으며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장들을 지나니 철조망이 가로막았다. 팻말에 ‘핵물질 취급 허가를 받은 장소(Nuclear Licensed Site)’라고 적힌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안쪽에서는 드럼통을 실은 차량들과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처분장과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을 키울 만큼 드릭은 청정한 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영국 핵연료공사가 1959년 세운 110㏊ 넓이의 드릭 처분장은 당초 일반폐기물처럼 단순 매립 방식으로 운영됐다. 1986년 구소련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1988년부터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강된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때 90만 드럼 분량의 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해 2050년까지 영국 내 모든 저준위 폐기물 처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드릭 처분장이 폐쇄된 이후에도 100년 동안 당국의 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인근에서 양 목장을 운영하는 알렌 존슨(67)씨의 집을 방문했다. 존슨씨는 “목장 주변에 핵폐기물 시설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방폐장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여긴다”면서 “주민과 당국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대표, 핵연료공사, 보건 당국, 환경보호단체 등으로 꾸려진 지역연락위원회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시설 운영과 관련한 설명회도 수시로 열린다고 한다. 존슨씨는 “당국 관계자들은 주민, 환경보호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주로 얘기를 경청한다”며 “그들은 우리의 불만사항이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분장 운영 회사 측과 주민들이 연간 3∼4차례 공식 간담회를 가지면서 지역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도 있다고 한다. 직접 금전 지원은 없지만 운영사는 지역의 병원, 학교 등에 시설 확충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드릭=글·사진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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